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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 등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이날 민간예비항공운항(CRAF)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6개 미 민간 항공사에 민항기를 강제 동원토록 명령했다. 아프간 수도 카불에 남아 있는 미군과 피난민 등의 수송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아메리칸·델타·아틀라스·옴니 등 미 항공사 4곳이 각 3기씩, 유니이티드 항공이 4기, 하와이안항공은 2기의 여객기를 제공하기로 미 국방부와 합의했다.
이들 민항기는 아프간 수도 카불로 직접 향하진 않고, 독일, 카타르,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등 유럽과 중동 미군 기지로 이송된 인원들을 미국으로 데려오는데 활용될 예정이다. 이날 유나이티드항공의 첫 여객기가 독일 프랑크푸르트-한(Hahn) 공항에서 카타르의 알 우데이드 미 공군 기지로 향했다.
외신들은 “민항기 강제동원 명령이 내려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지난 1952년 마련된 이 프로그램이 활성화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로, 약 70년 동안 걸프전과 이라크전 때 두 차례 뿐이라고 전했다.
WSJ은 “CRAF 발동은 아프간에 남아 있는 미국인, 동맹국 시민권자, 아프간전 당시 국제동맹군에 협력한 아프간인 등을 보다 신속하게 대피시키기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미 백악관에 따르면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 이후 약 2만 8000명이 아프간을 탈출했다. 최근 24시간 동안엔 7800여명이 아프간을 떠났다. 미군 수송을 통해 3900여명이, 타국 군용기 및 민항기를 통해 나머지 3900여명이 각각 대피했다. 이는 미 정부 목표치인 하루 5000∼9000여명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한편 미 정부는 현재 중간 기착지로 활용해온 카타르 공항 등이 포화상태에 도달해 여러 국가들에 협력을 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25∼26개국이 아프간 현지인의 미국행 비자 심사 기간 동안 자국내 일시 수용 및 비행기 환승을 허용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아프간인들을 탈출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시인했다. 그는 “고통과 인명피해 없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대피시킬 방법은 없다”고 토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우리는 테러리스트들이 이 상황을 이용하려고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미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닌 경우 철저한 보안 검색을 실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