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STX重, 사업 나눠 재매각…파인트리·글로벌세아 우협 선정

고준혁 기자I 2018.02.11 11:30:53

엔진, 플랜트 부문 분할해 '스토킹 호스'로 매각
1차 당시 원매자 다수, 분할 인수 희망…"'재수' 성공 확률 높아"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STX중공업(071970) 재매각이 추진된다. 이번 매각은 STX중공업의 사업 부문을 분할해 각각 따로 매각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지난 1차 매각 당시 다수의 원매자가 특정 사업 부문만 인수하기를 희망했던 만큼 STX중공업은 ‘재수’를 끝으로 매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 파인트리-엔진·기자재, 글로벌세아-플랜트로 우협 선정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과 매각주간사 삼정KPMG는 STX중공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파인트리자산운용과 글로벌세아을 선정했다. 이번 매각은 STX중공업 사업 부문을 분할한 뒤 이를 동시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매도자 측이 두 곳을 한꺼번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이다. 파인트리는 STX중공업의 엔진·기자재 제조 사업, 글로벌세아는 플랜트 사업 부문에 대해 각각 조건부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파인트리는 부동산, 부실채권(NPL), 구조조정대상기업 채권 및 주식 등에 투자하는 회사다. NPL 투자 등에서 낸 높은 수익을 기반으로 인수합병(M&A)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15년 동부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지위까지 올랐고 최근에는 본입찰을 앞둔 두산엔진 매각 예비입찰 참여해 건설·조선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STX중공업 1차 매각 당시 단독으로 본입찰에 참여한 파인트리인 만큼 인수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사업을 하는 글로벌세아는 섬유·의류사업 업체인 세아상역의 지주사다. 비록 고배를 마셨지만 동부대우전자와 STX 인수전에 참여하는 등 M&A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행보는 단순 하청 업체라는 의류 OEM사의 한계를 극복해 종합의류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세아가 STX중공업 플랜트 부문 인수에 뛰어든 것은 생산기지가 있는 아이티 등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등 시너지를 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엔진·기재자 부문이 플랜트 부문보다 가치가 더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이러한 기준이 매각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엔진·기재자 부문의 매각가가 플랜트보다 높을 것”이라며 “다만 STX중공업이 소유한 공장 부지 등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모르는 상황이라 예상가격을 추정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 분할·스토킹 호스·자회사 처분 등으로 매각 확률 높아

STX중공업 재매각은 사업 부문이 분할된 만큼 성사 확률이 크다는 평가다. 지난 1차 매각 실패는 STX중공업의 통매각을 원하는 원매자가 없던 게 가장 주된 이유다. 당시 파인트리를 포함한 원매자들이 분할 인수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혔지만 STX중공업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애초 분할 매각 방식을 택해 장애물이 하나 없어진 셈이다.

스토킹 호스(Stalking-horse) 방식으로 진행되는 점도 재매각 성사 확률을 높이는 요소다. 스토킹 호스는 유력한 예비 인수자를 선정해 미리 수의계약을 체결한 뒤 별도로 공개 입찰을 벌이는 경매 제도다. 사전에 수의계약자를 정해놓기 때문에 유찰 확률이 그만큼 낮은 것이다.

매도자 측은 조만간 STX중공업 공개 입찰 매각 공고를 내고 인수의향서(LOI) 접수 및 본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해당 입찰에 참여한 원매자는 파인트리자산운용과 세아글로벌이 제시한 매각가보다 더 높은 가격을 써내야 인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두 회사가 이와 같은 가격으로만 인수하겠다고 해도 우선협상권을 유지할 수 있는 탓에 공개 입찰에 참여한 원매자들의 인수 성사 가능성은 작다. IB 업계 관계자는 “공개입찰 시 엔진·기자재와 플랜트를 모두 인수하겠다는 원매자가 나올 수 있다”며 “이 역시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라 그만큼 경우의 수가 많아지는 것. ‘재수’ 성공 확률이 높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 매각 실패의 또다른 이유인 매도자와 원매자 간의 가격 인식차도 줄어들 예정이다. STX중공업은 채무변제 재원 조달을 위해 자회사를 처분해서다. STX중공업은 지난해 선박 부품 제조사 일승을 세진중공업에 약 100억원에 매각해 원매자의 부담을 덜어냈다.

STX중공업은 코스피 상장사로 1976년 설립됐다. 기자재 제조와 플랜트 설계·조달·시공(EPC)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STX중공업의 계속 기업가치는 4237억원, 청산가치는 4022억원이다. STX중공업의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4147억원이고 당기순손실은 6314억원, 영업손실은 1559억원을 기록했다. STX중공업은 경영난으로 2016년 7월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