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009540)이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 놓였다. 1분기에 이어 2분기 대규모 영업적자를 내면서 재무안정성이 크게 저하된 탓이다.
2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NICE)신용평가는 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을 각각 ‘부정적 검토’,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고 한국신용평가는 등급전망(아웃룩)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다만 신용등급은 ‘AA+’로 유지됐다.
현대중공업이 2분기 1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하자 신용평가 3사가 등급 하향을 경고한 것이다. 앞서 지난 29일 현대중공업은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전년동기 대비 적자 전환한 1조103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말 자본규모 대비 6.8% 수준이다.
이대로라면 현대중공업을 지난 2008년 AA+를 받으며 ‘AA’급으로 올라선 지 6년여 만에 등급이 강등되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당초 조선부문에서 낮은 선가에 수주한 물량을 우려했다. 그러나 2분기에서 보듯 조선부문뿐 아니라 해양·플랜트부문에서도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공정이 지연되거나 비용이 증가해 대규모 추가 예정원가가 공사 손실충당금으로 반영됐다.
특히 문제가 됐던 부분은 사우디아라비아 복합화력발전소,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등 EPCI(구매조달, 설계, 조달까지 일괄 수주) 방식의 신규 프로젝트였다. 한기평은 “신규 프로젝트의 경험이 미숙한 점이 대규모 학습비용으로 이어져 적자 규모가 대폭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오더 변경(Change order) 등으로 손실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지만 신평사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NICE신평은 “이미 수주한 주요 프로젝트의 저가수주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는 데다 일부 플랜트 프로젝트의 공정이 초기 단계”라며 “앞으로 적정 수익률을 확보할지 불확실하다”고 봤다.
한신평 역시 “선가와 수주 추이, 플랜트 시장의 경쟁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해양플랜트 계약 변경을 추진하더라도 중단기적으로 수익성 회복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줄면서 재무안정성 지표가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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