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업계에 따르면 6월결산법인인 쌍용제지는 2011사업연도(2011년 7월~2012년 6월)에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48억원의 흑자를 냈던 영업이익은 100억원 가까이 줄어 68억원 적자로 곤두박질 쳤다. 순이익도 12억원에서 108억원으로 적자규모가 대폭 늘어났다.
지난 1967년 설립된 쌍용제지는 포장용지로 사용되는 크라프트지를 생산하고 있다. 크라프트지는 산업용으로 시멘트나 비료 등의 포장 용지로 활용되고, 생활용으로는 종이쇼핑백과 벽지 등의 제작에 쓰인다. 쌍용제지는 국내 생산량의 50~60% 이상을 공급할 정도로 크라프트지 분야 메이저 업체다.
쌍용제지는 한국과 미국, 일본 업체를 차례로 주인으로 받아들인 평범하지 않은 연혁도 갖고 있다. IMF 외환위기가 터진 1997년 당시, 대주주였던 쌍용그룹이 보유 주식을 미국 최대 소비재 생산업체인 프록터앤갬블(P&G)에 넘기면서 외국계 제지 회사가 됐다.
이후 P&G가 2006년 소프트뱅크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에스비크라프트)에 다시 지분을 매각해 일본계 제지회사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현재 쌍용제지의 지분은 에스비크라프트의 대주주인 디케이코리아와 소프트뱅크벤처스가 각각 50% 와 49.9%씩 보유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소프트뱅크의 한국 현지법인 소프트뱅크코리아의 자회사다.
문제는 소프트뱅크가 쌍용제지를 인수한 후 좀처럼 쌍용제지의 실적이 개선되지 않는데 있다. 2006년 이후 쌍용제지는 2007년(17억원 흑자)과 2009년(16억원 흑자)을 제외하고는 모두 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나마 2009년 이후 흑자를 내오던 영업이익도 올해 적자로 돌아서며 더욱 악화됐다.
쌍용제지의 실적 악화는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크라프트지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는 등 업계 자체의 불황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국내 제지업체의 크라프트지 전체 생산량은 2009년 15만 1200톤을 기록했으나 2010년 13만 5000톤, 2011년 11만톤으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크라프트지에 대한 내수 수요량도 2009년 12만톤에서 지난해 9만톤으로 3만톤 이상 줄었다. 이에 따라 업계 1위인 쌍용제지의 크라프트지 생산량도 3년전에 비해 10~20%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크라프트지 수요 감소에다 저가의 외국산 크라프트지가 국내 시장을 점차 장악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크라프트지를 주로 생산하는 제지업체들의 향후 실적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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