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10일자 16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회사원 박은주씨(34)는 운동화 예찬론자가 됐다. 대학 때 즐겨 신던 하이힐을 벗고 올초 출퇴근을 자가용 대신 버스(Bus)·지하철(Metro)·걷기(Walking)로 하는 이른바 `BMW족`에 합류하면서부터다. 박씨는 "처음엔 기름값이 많이 올라 돈을 아끼자는 취지에 시작했다"면서 "발이 편해 업무 집중도도 높아지고 짬이 나면 쉽게 운동도 할 수 있어 매일 즐겨신는다"고 말했다.
정장에 운동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지만 최근 들어 박씨처럼 치마 또는 정장 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출근하는 직장 남녀들이 크게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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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유행 변화, 불경기, 날씨 등 3가지 악재가 겹쳐 구두 소비가 급감해 창고에 재고가 쌓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킬힐(굽이 높은 여성용 구두)이나 펌프스(앞굽이 있는 투박한 스타일의 구두)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8% 가량 줄었다. 반면 워킹화를 전면에 내세운 스포츠 슈즈 업체의 매출은 급상승하고 있다.
LS네트웍스는 최근 김연아, 김수현을 내세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프로스펙스 W워킹화` 출시 한 달도 안 돼 10만 켤레 이상 팔아 치웠다.
W는 2009년 처음 출시된 후 단일브랜드로는 처음으로 2000억원 후반대의 매출을 올렸다. 프로스펙스 전체매출 중 신발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9년 41%에서 지난해 60%로 증가했다.
2009년 6월 론칭한 스케쳐스의 경우 몸매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입소문에 힘입어 2010년 162억원에서 지난해 283억원으로 70% 이상 매출이 늘었다.
뉴발란스의 성장세는 더 눈에 띈다. 뉴발란스는 월평균 250억원 이상 매출을 기록, 이런 성장에 힘입어 2007년 240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4년여만에 10배 이상 증가했다.
이밖에 화승 르까프도 작년 24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로컬브랜드 시장을 견인하고 있고 아식스스포츠도 지난해 전년대비 8% 이상 성장했다.
관련 업계에서도 운도녀(운동화를 신고 출퇴근하는 도시여성)들을 겨냥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스포츠용품 코너에서는 운동화를 넣고 다닐 수 있는 신발주머니와 정장에 어울리는 운동화, 플랫슈즈 등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주일에 사흘 이상 걷기를 즐기는 인구만 8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이 같은 시장의 성장세에 따라 업체들도 화려한 디자인과 기능성, 고객의 발 상태를 점검해 신발을 골라주는 맞춤형 서비스까지 등장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장구두 재고에 고민하던 백화점들은 최근 `창고대방출` 수준의 파격세일 행사를 열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과 현대백화점 신촌점·목동점은 최근 각각 40억원, 7억원어치의 구두를 최대 70%까지 싸게 팔았다. 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10억원어치의 구두를 할인판매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