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수요 공급 상황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인 반도체 가격은 향후 국내 실물경기에 부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 D램 가격, 8월 들어 낙폭 뚜렷해져
D램 현물 가격은 지난 4월 대비 20~30% 가량 하락하면서 1기가비트(Gb) 제품 기준으로 2달러 선에 그치고 있다. 2분기 이후 가격 하락세로 돌아선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지난 8월부터 눈에 띄게 낙폭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 조사기업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3일 DDR2 1Gb 667㎒ D램 현물 가격은 2.02달러를 기록했다. 가격은 지난해 1월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타며 지난 3월 26일 3.00달러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이후 6개월 연속 하락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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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제 둔화가 가시화되면서 PC나 LCD 제품 판매가 둔화된 탓이다. 수요업체들 입장에선 D램 주문을 줄이고 가격 인하를 요구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과적으로 D램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계절적 성수기 진입을 앞두고 D램 수요가 늘어나겠지만, 한번 내림세를 탄 가격 흐름을 바꾸기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여기에 삼성전자(005930)와 하이닉스반도체(000660)가 30나노대 D램 양산에 나서면서 공급량이 더 늘어난다는 점도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UBS는 반도체 D램가격이 3분기 들어 전분기 대비 10%, 4분기에는 20% 가량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3분기 PC수요는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이며 4분기 회복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공급 증가세가 계속되면서 4분기와 내년에는 D램 공급과잉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UBS는 지적했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반도체가 30나노대 D램 양산을 본격화하거나 예정에 있어 공급량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PC 교체 수요가 줄고, 반도체 수요 업체들의 가격 인하가 가시화되면 D램 가격의 하락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난야 등 대만업체들의 증자가 무산되면서 추가 투자를 통한 공급량 확대가 어려워 반도체 가격 하락 역시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급격한 위축 가능성" vs "후유증 우려 지나쳐"
반도체 가격 하락이 국내 산업생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정동영 삼성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국내 업체들이 후발업체로 선진 업체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과잉 투자와 가격 하락에 따른 피해를 봤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삼성전자나 하이닉스가 미세공정 연구, 개발을 확대하면서 후발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벌리고, 가격 경쟁력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삼성전자가 D램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투자를 늘린다는 것은 그만큼 반도체 가격에 상관없이 투자와 생산, 출하, 재고 등을 조절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반도체 착시에 따른 후유증을 걱정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말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세계적인 리딩 회사인 것은 분명하지만, 문제는 불투명한 업황 전망"이라며 "유럽과 미국 경기가 둔화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과감한 반도체 산업 투자가 과연 적절하지는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구조를 감안할 때 반도체가 팔리지 않을 경우 국내 산업생산은 급격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기타 산업을 나눠 경기를 진단하는 게 중요한데, 최근처럼 산업 활동이 30년 만에 최고 호황이라고 진단하는 것은 한쪽 눈을 가리고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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