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닷컴 제공] 할리우드에서 지구의 종말을 다룬 영화는 몇년에 한번씩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외계인의 침공이나 자연재해로 지구가 멸망 위기에 처하지만 결말부에는 대부분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그러나 16일 개봉될 니컬러스 케이지 주연의 ‘노잉’은 기존의 종말 영화들과 궤를 달리한다. 컴퓨터그래픽(CG)을 내세운 재난 블록버스터로 포장됐지만 사실 SF 미스터리 영화다.
천체물리학 교수 존 코슬러(케이지)는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50년 전에 교정에 묻었던 타임캡슐을 꺼내는 행사에서 알 수 없는 숫자들이 빼곡히 적힌 종이를 받게 된다. 존은 이 숫자들이 지난 50년간 일어난 큰 사건사고들의 날짜, 사망자 수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또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 세 건이 더 있음을 알게 된다. 그 사건을 막기 위해 50년 전 종이에 숫자를 썼던 여자의 흔적을 추적해간다.
‘크로우’ ‘아이 로봇’을 만든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은 흔한 듯한 소재를 미스터리 기법을 이용해 새롭게 재가공했다. 숫자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면서, 쉴 새 없이 펼쳐지는 사건사고가 만들어내는 볼거리에 충격을 받다보면 러닝타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여기까지는 스릴이 넘친다. 도식적인 결말을 기대하며 영화를 지켜보다보면 황당한 결말에 놀라게 된다. 결말부 비극적인 지구의 운명과 외계인의 등장에 “이게 뭐야?”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시종일관 진지한 태도로 영화를 보던 관객들은 실소를 터뜨리며 극장을 나오게 된다.
‘노잉’은 화려한 볼거리와 시종일관 몰아붙이는 이야기의 힘에 스릴과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결말 때문에 뒷맛이 씁쓸해진다.
▶ 관련기사 ◀
☞박쥐’의 송강호, “국민배우? 아직도 카메라 앞에 서면 떨린다”
☞제10회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추천작
☞탐정 직업없는 한국, 탐정영화도 딱 5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