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머니무브)③신용시장 해빙 분위기..정크본드 수요도 증가

피용익 기자I 2009.04.10 10:20:03

미국채-라이보 스프레드 대폭 축소
회사채 발행 속속 성공..정크본드 수요도 증가
정부 정책 따른 일시적 회복 우려도 남아

[이데일리 피용익기자] 최근 자금시장의 경색 완화와 함께 잔뜩 얼어붙었던 글로벌 신용시장에도 서서히 해빙 기운이 감돌고 있다.

신용시장의 두 척도인 TED 스프레드와 라이보-OIS 스프레드는 올 들어 축소세를 지속,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성향이 줄어들고, 유동성이 풍부해졌다는 의미다.

사정이 나아진 것은 회사채 시장도 마찬가지다. 투자등급은 물론 일부 정크(투기) 등급 고위험 채권도 시장에서 소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경제 펀더멘털이 아직 취약하다는 점에서 최근의 해빙 분위기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신용경색 상당 부분 해소

신용시장의 경색 정도를 판단하는 대표적인 지표는 미국 국채와 3개월짜리 라이보(Libor) 금리 간의 차이인 TED 스프레드다. 스프레드가 확대되면 신용경색이 짙어졌다는 의미다.

▲ TED 스프레드 추이(단위=%포인트)
TED 스프레드는 금융위기가 확산되던 지난해 11월에는 사상최고 수준인 425bp까지 상승한 바 있다. 그러나 8일(현지시간) 96.33bp를 기록했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달러 기근 정도를 판단하는 3개월짜리 라이보와 오버나잇인덱스스왑(OIS·하루짜리 초단기대출금리) 간 격차인 라이보-OIS 스프레드는 94bp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 1월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라이보 금리는 9일 연속 하락하며 1.14%를 기록, 역시 1월말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에릭 라셀레스 TD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신용시장은 대체적으로 회복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처럼 신용시장의 경색이 완화되고 있는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금리를 제로 수준(0~0.25%)으로 인하하고, 공격적인 양적완화책을 펼치고 있는 데 따른 현상이다.

◇ 정크등급 회사채 수요도 증가 

회사채 시장에서도 신용경색 완화 조짐이 완연하다. 이는 이전보다 많은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도 확인된다.

시장조사 업체인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현재 올 들어 전세계 비금융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4345억달러로, 작년 4분기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스위스 제약업체인 로슈가 총 300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고, 주류업체 인베브는 75억달러를 조달했다. 프랑스 전력회사 EDF의 40억유로 규모 회사채 청약에 130억유로의 투자자금이 몰리기도 했다.

투자등급 뿐만 아니라 일부 고위험 정크본드에 대한 수요도 나타나고 있다.

AMG데이터서비스에 따르면, 지난주 정크본드 뮤추얼펀드에는 9억23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이는 지난 2005년 이후 주간 단위로 가장 많은 규모로 기록됐다.

제레미 휴즈 아비마인베스터 펀드매니저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에 돈이 돌아오고 있다"며 "적어도 지금 현재만 본다면 위험회피 성향이 완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정크본드와 국채 간의 스프레드는 1650bp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중순 2200bp에 비하면 500bp 넘게 축소된 것이다. 그만큼 신용경색이 완화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신용시장도 베어마켓 랠리 가능성

신용시장에서 경색 완화 조짐이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회복을 단언할 수는 없다.

최근 증시 상승을 베어마켓 랠리로 보는 시각이 존재하듯이 신용시장 역시 반짝 회복세로 그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시장을 둘러싼 경제 펀더멘털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점에서다.

무디스에 따르면, 글로벌 정크본드의 디폴트율은 지난 1분기 7%를 기록했다. 전분기 4.1%와 전년동기 1.5%에 비해 큰 폭으로 치솟은 것이다. 4분기에는 디폴트율이 15%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의 주요 기업 신용등급 강등 움직임도 신용시장의 완전한 회복이 아직 멀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제너럴일렉트릭(GE), 버크셔해서웨이 등은 `AAA` 등급을 박탈당했다.

제프 로젠버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신용담당 헤드는 "최근 신용경색 완화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며 "과연 정부의 개입 없이도 신용시장이 회복 기미를 보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지금으로써는 신용시장의 완전한 회복 시기를 점치기는 어렵다. 다만 적어도 꽁꽁 얼어붙었던 시장이 조금씩 꿈틀대기 시작했다는 점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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