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기자] 이성태 신임 한국은행 총재의 취임 발언과 맞물려 한은이 통화정책에 공격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 대해 정부는 "일반론으로 언급한 것"이라고 간주하면서도 내심 우려스러운 표정이다.
연초 내수관련 지표가 다소 위축되고 있는데다 국제유가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아직 금리 안정기조가 필요한 상황인 만큼 성급한 금리 인상이 가져올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이 총재는 "작년말과 올해 다시 일어나고 있는 부동산 시장 불안에 대해 한은도 상당한 우려를 갖고 관찰하고 있으며 부동산이 통화정책과 관련된 중요한 부분인 것은 틀림없다"고 밝혔다.
이같은 이 총재의 발언은 과거 부총재 시절 여러 차례 금리인상에 목소리를 높였던 것과 맞물려 `매파적 총재`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5일 "부동산가격도 물가를 구성하는 일부분인 만큼 통화당국의 수장으로서 충분히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며, 경제원론상 통화공급량과 물가가 반비례한다는 차원에서 언급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한은 총재 발언에 대해 코멘트한다는 것 자체가 적절하진 않으며, 발언 자체를 특별한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이상한 태도"라며 의미 부여를 경계했다.
또다른 재경부 관계자도 "통화정책은 어디까지나 금통위에서 결정할 부분"이라고 전제하면서 "부동산이나 주식시장 등 자산가격에 따라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일반론을 얘기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시중의 유동성수준이나 물가 압력, 자산가격 변동 자체에 대해 통화정책으로 대응한다기 보다는 이런 변화가 전반적으로 경제에 충격을 줄 것인지를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부동산시장 가격 상승에 대해 한은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순 있지만, 강남 재건축 등 일부 지역에 한정된 집값 상승과 금리 인상을 단선적으로 연결하긴 어렵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또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최근 가파른 달러/원환율 상승으로 중소수출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금리가 상승할 경우 이들 기업들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같은 정부 당국자들의 입장은 경기지표가 살아나고 있지만 여전히 체감경기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다 국제유가 상승과 달러/원환율 하락 등 불안요인이 잠복해 있다는 점을 의식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석동 재경부 차관보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체감경기 회복이나 소득 개선이 빠르게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이런 차원에서 거시경제 운용에 있어서 금리를 지속적으로 안정시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 재경부 관계자도 "올 1분기에 6% 성장이 가능하지만 계절조정 전기비로 보면 5% 언저리로, 아직 잠재성장률 수준"이라며 "대내외 불안요인으로 교역조건이 악화돼 GDP와 GNI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여전히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덕수 부총리 취임 이후 통화정책에 관한한 언급을 피해온 정부로서는 내심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우려가 있어도 터놓고 얘기하기 힘든 상황이라 `혹시나` 이래저래 속앓이만 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