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개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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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들의 불만대로 최근 녹음 파일에는 ‘지지직’ 잡음 소리가 났다. 군데군데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잡음이 짧게는 몇 초, 길게는 몇 분에 걸쳐 들렸다. 녹음 후 편집 과정에서 잡아내지 못했던 잡음이다.
문제는 음원 편집에 문외한 입장에서 도통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것. 한 달 전 교체한 마이크 연결선이 원인일 수 있고, 오디오 믹서일 수도 있다. 결국 팟캐스트 호스팅 업체로 직접 찾아가 원인 분석을 의뢰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팟캐스트, 재미로 시작하다
팟캐스트를 시작한 때는 지난해 8월말. 재미로 시작했다.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특정 주제로 콘텐츠를 만들어보겠다는 계획도 없었다.
그전까지는 유튜브 채널에 동영상을 올렸다. 현장 영상을 ‘날 것’ 그대로 올리다보니 구독자는 많지 않았다. 더욱이 유튜브 구독자 시장은 과포화 상태나 마찬가지다. 외모가 빼어난 사람이 등장하거나 고도의 편집 기술을 발휘하지 않으면 주목받기 어려운 구조가 된 것. 마감 시간에 쫓기는 30대 아저씨 기자 입장에서는 언감생심이다.
팟캐스트는 이런 면에서 매력적이다. 구독자 층은 유튜브보다 엷지만 콘텐츠 만으로 승부가 가능했다. 편집 요소도 듣기 싫은 소리 잘라주는 정도였다. 구성만 탄탄하다면 영상 콘텐츠보다 편집 시간이 짧다.
첫시작은 작은 사무실이었다. 녹음 장비는 스마트폰 하나가 달랑. 뜻 맞는 지인과 시작했다. 아이폰에 있는 녹음 앱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의 전부. 두번째 녹음부터는 스마트폰에 끼우는 마이크를 사용했다.
이후 마이크, 믹서 등의 장비를 구입하고 음성 녹음·편집 프로그램을 깔았다. 사용법은 유튜브와 블로그를 통해 습득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사용법을 친절하게 영상으로 제작해 올려 놓았다. 장비 구입부터 사용법 안내까지 모두 인터넷을 통해 진행했다.
팟캐스트 콘셉트는 경제 이야기로 잡았다. 포괄적으로 시작해 아무 얘기나 하자는 취지였다. 대상은 20대 후반 30대 초중반 청년이었다. 사실상 ‘막 만드는’ 팟캐스트였지만 구독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신기했다.
5개월만에 찾아온 첫 중단 위기
팟캐스트 시작 후 막 한달이 넘었던 시점에 ‘주목할 만한 팟’에 선정됐다. ‘주목할 만한 팟’은 팟캐스트 호스팅·소개 플랫폼 ‘팟빵’이 운영하는 코너다. 팟빵은 이 코너에서 신규 팟캐스트 채널중 ‘괜찮다 싶은’ 10개 정도를 추천한다. 팟빵의 추천까지 받은 콘텐츠다보니 초반 시작은 ‘순풍에 돛 단듯’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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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제작에 대한 흥미도 떨어졌다. 팟캐스트 방송이 더 이상 신기하지 않게 된 것. 소재 고갈에 흥미까지 떨어지면서 구독자 수 증가도 멈췄다. 녹음 시간에 맞춰 패널들과 모이기조차 쉽지 않게 됐다. 제작에 투자한 시간 대비 결과물 또한 없다보니 ‘싫증의 악순환’은 계속됐다.
실제 팟캐스트 100개중 80개는 6개월 안에 제작을 중단한다. 6개월 이후 생존율이 20% 밑인 것. 게다가 광고까지 수주 받을 정도의 팟캐스트는 1%가 될까말까 한다. 미국처럼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유명인이 되고 돈도 버는 경우도 우리나라는 적다. 시장이 좁고 콘텐츠 대가에 대한 인식이 척박하기 때문이다.
2011년 시작한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 나왔던 시사 평론가 김용민 씨 정도 미디어다운 매출을 올린다. 팟빵 관계자는 “(일반 팟캐스터 입장에서) 가장 성공할 수 있는 사례는 책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처럼 책도 쓰고 방송에도 나오는 팟캐스터는 시장 피라미드 최정점 상단에 있는 이들이다.
6개월 고비는 ‘의외의 수’로 풀렸다. 여성 패널을 새롭게 영입해 남자들끼리만의 칙칙한 방송에서 벗어났다. 기존 패널들에 자극제가 됐다. 구성도 ‘아무 얘기나 하는 해적 방송’에서 경제 팟캐스트로 형식으로 바꿔 나갔다.
팟캐스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시작’
“마이크나 마이크 케이블에는 이상이 없어요. 혹여라도 또 잡음이 생기면 오디오인터페이스 상에서 생긴 문제일 수 있어요. 그렇게 된다면 수리를 맡기셔야 할 것 같네요.”
팟캐스트 호스팅·제작업체 프로듀서(PD)는 이렇게 진단했다. PD가 언급한 오디오인터페이스는 마이크의 아날로그 음성 신호를 디지털로 변환해 컴퓨터로 전송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컴퓨터 안에 있는 녹음 프로그램이 이를 mp3나 wav 등 음성 파일로 저장한다. 이 과정 중에 생긴 잡음이라는 얘기다.
잡음은 팟캐스트 제작 과정에 나올 수 있는 흔한 문제다. 문제는 콘텐츠다. 꾸준히 계속 할 수 있는 성실성도 갖춰져야 한다. 제작과 구성에 있어 고민이 커지는 부분이다.
PD와의 만남을 끝내고 나오는 길에 얼굴에 웃음꽃 핀 중년 여성들을 만났다. 업체내 팟캐스트 스튜디오에서 막 녹음을 마치고 나온 이들이다. 가장 어리게 보인 사람이 50대 후반은 돼 보였다. 은퇴한 베이비 붐 세대들은 영상 제작 업계 떠오르는 생산자층으로 주목받고 있다.
옆 대형 스튜디오에는 한 무리의 개그맨들이 회의중이었다. 개그 팟캐스트를 만들기 위한 회의다. 중간중간 폭소가 나왔다. TV 프로그램에서 설 자리를 잃은 개그맨들이 팟캐스트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는 것.
이들의 미소와 웃음 소리에서 새 희망과 기대를 읽을 수 있었다. 애써 들고 온 장비는 무거웠지만 지하철 역사를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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