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의원보좌관]여당 원내수석 보좌관은 이렇게 산다

강신우 기자I 2016.06.24 08:18:47
기남형 보좌관이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결과가 나온 지난 21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이데일리DB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일 안 하는 국회라는 비판이 있지만 딸 아이 얼굴 볼 날을 손꼽아 기다려야 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나랏일을 하는데 주어진 책무가 있으니까 작은 힘을 보탤 수 있어서 보람을 느낍니다.”

서울 용산구 산천동에 사는 기남형(38)씨는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인 김도읍(재선·부산 북강서을) 의원의 4급 보좌관이다. 하루 평균 받는 문자와 전화만도 200여 통. 얼마 전 일반 충전기에서 급속 충전기로 교체했을 정도다. 쉴 틈 없이 돌아가는 빡빡한 일정에 점심을 거를 때도 잦단다. 국회의원의 분신이 돼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는 보좌진의 삶을 지난 21일 이데일리가 들여다봤다.

김 의원이 원내수석부대표라는 당직을 맡으면서 기 보좌관의 일상은 19대 때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지역구의 민원처리와 야당과의 실무적인 협상을 도맡게 됐기 때문이다.

◇‘의원님’ 기사체크로 일과 시작

기 보좌관의 하루는 새벽 5시반에 시작된다. 소형차인 ‘모닝’을 타고 의원회관 408호에 도착한 시각은 6시반. 가장 먼저하는 일은 ‘의원님’ 기사 체크다. 검색포털사이트에 ‘김도읍’ 세 글자를 치고 최신순으로 기사배열을 한 뒤 밤사이 발생한 기사를 하나하나 확인했다.

기남형 보좌관이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결과가 나온 지난 21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이데일리DB
그사이 사무실에 도착한 김 의원은 의원방에 들어가자 마자 “남형아~ 남형아~”라고 보좌관을 찾는다. 한 뭉치 서류를 손에 든 기 보좌관은 “아침에 의원님 관련 기사를 요약한 것과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과 관련한 자료 그리고 지역구 현안이랑 1호 법안 발의 예정인 자료들이에요”라고 설명했다.

원내대책회의가 열렸던 이날 김 의원과 방 식구 7명은 국회 구내 식당에서 직원가 3300원짜리인 삼치 무조림과 북어해장국 그리고 끓인 누룽지로 아침을 때웠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까닭에 의원회관에서 걸어가면 5분 거리에 있는 국회 본청에도 의원 전용 자가용을 이용했다. 방송·사진·펜 기자들이 얽히고설켜 김 의원을 취재하는 동안 기 보좌관은 김 의원 뒤를 묵묵히 지키고 섰다. 그림자 역할이 그의 일이다. 김 의원이 하는 멘트 자체가 기사가 되는 상황에서 한마디 놓칠세라 꼼꼼히 메모도 곁들였다.

기 보좌관은 “요즘은 지역 최대 현안인 신공항 입지 선정과 관련해서 지역민원이 많아요. 김 의원님은 지역구가 부산인데다 당 원내수석이어서 대야 협상과 지역현안이라는 두 가지 일을 병행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그의 수첩에는 △9시 원내대책회의 △10시 본회의(더불어민주당 교섭단체연설) △10시40분 신공항 관련 부산의원 대책회의 △오후2시 부산지역 의원 간담회 △오후2시30분 가덕 신공항 관련 주요당직자회의 △오후3시15분 신공항 결과 발표 후 부산지역 의원 간담회 △오후5시 사무실 대책회의 등 하루 일정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신공항 관련 대책회의를 마친 시각은 12시. 정가에선 신공항 입지가 부산 가덕도가 아닌 밀양으로 기울었다는 뜬소문이 파다했다. 가덕도와 밀양을 비교평가한 ‘찌라시’까지 돌면서 김 의원을 포함한 부산지역 의원들의 낯빛은 어두웠다. 더군다나 김 의원의 지역구는 부산 가덕도를 포함하고 있어서 여느 의원들보다 더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냉면 한 그릇 못 비운채 회의 직행

점심 때가 되자 냉면 한 그릇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려던 기 보좌관은 한 젓가락 뜨기도 전에 의원회관으로 직행해야 했다. 김 의원의 전화 한 통을 받고 서다. 통화 밖으로 김 의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되가느냐. 이번에 가덕도로 결정이 안되면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기남형 보좌관이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결과가 나온 지난 21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이데일리DB
신공항 입지 선정에 대한 발표가 예정된 시각은 오후 3시. 1시간 정도를 앞둔 상황에서 부산지역 의원들은 분주했다. 김 의원이 밖에서 기자들과 씨름하는 동안 기 보좌관은 안에서 기사 검색에 열중한다. 기사를 통해 현 상황을 인지하고 대략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틈틈이 걸려오는 전화 응대나 문자도 해야한다. 물론 인턴 비서에서부터 보좌관에 이르기까지 7명의 직원이 분담한다. 그러나 정무적 감각이 필요한 사항은 기 보좌관 몫이다.

정부 발표 결과 영남권 신공항은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났다. 김 의원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 의원은 “부산시민이 이번 결정에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기 보좌관은 이때부터 더 바빠졌다. 지역민원이 쇄도하면서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밤 상황도 그리 편치만은 않았다. 이번 결정에 대한 대책수립마련을 위해 의원회관에서 밤샘작업을 계속 해야 했다. 기 보좌관은 “평소 같으면 주로 정·관계 인사들과 만찬자리가 있고 하루에 ‘두 탕’을 뛰는 일도 허다하다”며 “이러나 저러나 칼퇴근은 없다”고 했다. 기 보좌관은 오늘도 자정이 다돼서야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집에 가면 내일 신공항 관련 시·도 중진회의가 있는데 그거 또 준비해야죠.” 그렇게 기 보좌관은 24시간도 부족한 하루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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