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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결정은 오히려 쉬웠다.’ 지휘자 정명훈(62)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서울시향 송년회 자리에서 예술감독 사임 의사를 밝힌 심경을 토로했다.
30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정 감독은 감독직을 내려놓기로 한 29일 당일 저녁 서울 종로구 수송동의 한 식당에서 열린 시향 송년회에 참석했다. 이날 정 감독은 직원 및 단원들에게 (사임) 결정은 나 자신을 위한 것이며 이미 지난해에 그만두려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감독은 “내 유일한 선택은 솔직하게 내 감정을 말하거나 아니면 침묵하는 것이었다. 대부분은 침묵을 택했다”며 지난 1년 간 서울시향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우회적으로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콘서트홀을 짓지 않고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지 않으면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지난 1~2년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서울시가 최근 콘서트홀 건립 방안을 발표했지만 “콘서트홀을 진짜 할지, 예산을 또 깎을지는 모르지만…”이라며 불신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자리에는 서울시향 단원과 직원, 아들인 지휘자 정민 부부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 10년 간 서울시향 발자취를 담은 영상이 나올 때 정 감독은 눈물을 짓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 감독은 29일 낮 12시쯤 최흥식 서울시향 대표를 만나 사의를 밝히고, 단원들에겐 심경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자필 편지에서 그는 “(직원들이) 비인간적인 처우를 견디다 못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렸는데, 그 사람들이 오히려 고소를 당해 조사를 받았다”며 “이 인간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서울시향 단원과 음악을 계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한편 정 감독은 30일 저녁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서울시향 송년음악회에서 베토벤 9번 ‘합창’ 지휘를 마지막으로 서울시향과 완전히 결별한다. 정 감독은 내년에 지휘하기로 했던 서울시향 정기 공연 아홉 차례도 모두 취소했다. 2005년 예술고문으로 영입된 뒤 2006년부터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를 맡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