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클릭 한 번이면 결제 끝’
요즘 간편결제가 뜨고 있다. 지난달 서비스를 시작한 ‘뱅크월렛 카카오’는 출시 3주 만에 가입자가 50만 명을 넘어섰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이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편리함이다. 카톡으로 친구에게 말을 걸듯 친구목록에서 찾아 ‘보내기’ 버튼을 누른 뒤 비밀번호 네 자리만 입력하면 모든 게 끝이다. 최근엔 카드사를 비롯한 국내 금융기업들이 이 간편결제 시장을 선점하려고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의 페이팔이나 중국의 알리페이처럼 우리보다 덩치 큰 간편결제 업체들이 호시탐탐 한국 진출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후발주자인 국내 업체들로선 더 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발에 땀이 나도록 뛸 수밖에 없는 처지다.
간편결제 시장이 간편함을 무기로 급부상하고 있다면 은행은 그 정반대로 가고 있다. 간편함과는 일단 거리가 멀다. 거래는 더 복잡해졌지만 그렇다고 안전을 담보하는 것도 아니다.
최근 농협에서 주인도 모르게 1억 2000만원이 무단 인출되는 사고가 터지면서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보안 강화 대책을 내놓고 있다. 금융당국도 공문을 보내 금융기관들을 독려했다. 그런데 들고 나온 대책이 영 미덥지가 않다. 텔레뱅킹 쪽에서 허점을 노출해 돈이 털렸으니 이쪽을 다시 강화하자는 것인데 부랴부랴 급조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예컨대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에 텔레뱅킹 1일 이체 최대한도를 줄이라고 요청했다. 한도가 적으면 그만큼 사기조직들이 돈을 빼내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 때문일 것이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기존 500만~1000만원이었던 거래 한도를 300만원으로 낮추려고 준비 중이다. 어떤 시중은행은 심야에 텔레뱅킹 거래 한도를 100만원으로 묶는 걸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은행들은 텔레뱅킹 거래 때 이체금액이 100만원이 넘으면 문자메시지(SMS)를 활용한 개인인증도 거치도록 규정을 바꿀 예정이다.
문제는 이 같은 처방들이 미봉책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아마 이후에도 유사한 사고가 터진다면 그땐 이체한도를 또 얼마나 낮추겠다고 할지, 개인인증은 얼마나 더 복잡하게 요구하겠다고 엄포를 놓을지 의문이다. 보안강화를 대가로 과연 고객들은 어디까지 불편을 감내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