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업은 일본차, 美 가격인하.. 현대·기아차 악재

김형욱 기자I 2013.05.02 09:56:44

닛산, 5월부터 7개 모델 가격 인하.. 최대 10.7%↓
현대·기아차, 원화강세 반영 가격인상 '대조'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엔저’를 업은 일본 자동차 브랜드가 미국시장에서 가격인하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달러·원 환율 상승으로 오히려 판매가격을 올려야 하는 현대·기아자동차 입장에선 악재가 될 전망이다.

2일 미국 자동차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일본 닛산자동차는 3일(현지시간)부터 미국 판매 18개 모델 중 7개 모델의 가격을 최대 10.7% 낮추기로 했다. 주력 모델인 알티마는 2.7%(580달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는 10.7%(4400달러) 각각 내린다. 닛산은 센트라, 주크, 무라노, 로그, 맥시마의 가격도 인하했다.

닛산은 현대·기아차와 미국 현지 판매량 6위를 두고 다투는 최대 경쟁사다. 닛산은 최근 수년새 현대·기아차의 판매신장으로 수세에 몰렸으나 올들어 다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닛산의 1~4월 미국시장 판매는 40만6128대로 전년 동기대비 3.0% 늘어났다. 반면 같은기간 현대·기아차 40만2133대로 2% 감소했다. 시장점유율도 닛산이 8.2%로 현대·기아차(8.1%)에 0.1%포인트 앞서고 있다.

더욱이 닛산의 지난달 판매가 가격인하 소식으로 급감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부터 공격적인 가격정책에 힘입어 판매상승이 점쳐지고 있다.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올 1~4월 미국시장 점유율은 36.8%로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0.5%포인트 낮아졌다.

닛산은 3일(현지시간) 미국 주력모델인 알티마(사진) 판매가격을 2.7% 낮추는 등 전체적인 판매차량 가격인하로 현지시장 공세에 나섰다.
현대·기아차는 원화강세를 반영해 지난 2월말 현지 모델의 가격을 최대 수천달러씩 인상했다. 기아차(000270)의 쏘렌토(2만4100~3만9700달러)는 모델별로 950~6300달러, 현대차(005380)의 쏘나타 하이브리드(2만5650~3만550달러)도 동급 모델 기준으로 4700달러 올랐다.

현대·기아차는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법인판매 비중을 늘리는 쪽으로 점유율 대응에 나서고 있다. 4월 미국시장 판매는 11만871대로 전년 동월대비 1% 상승세로 전환시켰다. 하지만 일본 경쟁사의 가격인하 공세가 본격화하면 판매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신형 쏘나타(LF) 등 주력 모델의 신차 출시가 내년 이후라는 점도 부담이다.

현대·기아차는 닛산의 가격인하를 계기로 미국시장에서 일본 자동차 브랜드의 추가 가격인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일본 업체들이 해외생산비중이 높고 가격인하 마케팅이 향후 브랜드 가치와 차량 잔존가치 하락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어 가격인하보다는 이익률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엔화약세의 영향은 있지만 관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미국시장에서 현대차는 싼타페 롱바디(맥스크루즈), 기아차는 K3, K7의 본격적인 출시로 판매증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 현대차는 올 2월 미국 판매가격이 동급 모델 기준 4700달러 인상했다. 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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