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메릴린치가 실적 발표하면서 채권 보증업체들로부터 보증받은 채권 26억달러를 상각처리하기로 결정, 이를 확인시켰다. 메릴린치는 이날 "채권 보증사로부터 보증받은 채권이 휴지조각(worthless)이 됐다"고 말했다.
채권 보증업체란 발행 채권에 보증을 서 줌으로써 높은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보험사. `모노라인`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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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의 발단은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와 무디스가 세계 1,2위 채권 보증업체인 MBIA와 암박의 신용등급을 하향 관찰 대상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무디스의 경우 지난달까지만 해도 암박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으로 제시했었다. S&P도 지난해 "`모노라인`의 신용등급을 하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었다.
그렇지만, 1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암박과 MBIA의 주가는 각각 65%, 40% 폭락했다. 이들 업체들의 주가는 지난 10월 한 달 동안에도 60%, 42%씩 빠졌었다.
◇모노라인 `흔들`..2조5천억弗 채권시장 `덜덜`
최고등급인 `AAA`를 부여받고 있는 이들 채권 보증업체들에게 있어 등급 하향은 치명적이다. 채권 보증업체의 등급이 강등 당할 경우 이들 업체가 보증한 채권의 등급까지 줄줄이 하향 조정되기 때문.
현재 주요 채권 보증사들은 미국 지방정부가 발행하는 지방채 등 2조4000억달러에 달하는 채권에 보증을 서고 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2조6681억달러. 2006년 기준)와 맞먹는 수준이다.
매년 발행되는 4000억달러의 지방채 가운데 절반 가량도 채권 보증업체들의 보증을 받아 거래가 이뤄진다. 역시 중국 GDP와 맞먹는 미국 지방채 시장(2조5000억달러)을 흔들기에 충분한 액수다.
그러나 `모노라인`들이 높은 수익률에 눈이 멀어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가치가 급락한 자산담보부증권(CDO)에 1000억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채권보증사 보증 기능 사라졌다"..메릴린치 "상각 처리"
JP모간의 앤드루 웨슬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진 인터뷰에서 "채권과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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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보증업 시장이 또다른 신용위기를 몰고올 것이라는 공포는 메릴린치가 채권 보증업체들로부터 보증받은 채권 26억달러를 상각처리하기로 결정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메릴린치는 이날 "채권 보증사로부터 보증받은 채권이 휴지조각(worthless)이 됐다"며 채권 보증업체인 ACA 캐피털로부터 보증받은 채권 발행분 19억달러어치와 다른 `모노라인`들이 보증한 채권 7억달러 규모를 상각처리했다고 발표했다.
메릴린치의 이같은 조치는 지난달 ACA 캐피털의 등급이 무려 12계단 떨어진 `CCC`로 강등당했기 때문.
ACA 캐피털의 등급이 투자 부적격 등급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이 회사가 보증을 선 메릴린치의 채권마저 덩달아 정크 본드가 된 것이다. ACA 캐피털의 주가는 올들어 94% 폭락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ACA 캐피털의 강등과 메릴린치의 관련 채권 상각을 `모노라인`이 흔들릴 경우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괴력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분석했다.
채권 보증업체발 위기는 파생상품 시장으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MBIA와 암박의 크레디트 디폴트 스왑(CDS)의 금리가 치솟고 있는 것이다. CDS는 부도 위험에 대한 보험성격의 파생상품이다.
MBIA 채권의 최초거래(upfront)시 CDS 금리는 이날 하루 만에 15.5%P 폭등한 31.5%를 기록했다. 이는 MBIA가 자사의 5년 만기물의 채권 1000만달러규모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황에 이르는 것을 보호하는 데 드는 비용이 160만달러에서 315만달러로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암박의 CDS 금리 또한 15%P 폭등했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MBIA와 암박은 최소 10억달러 이상의 채권을 발행해 급한 불을 끄려 하고 있다. 그러나 흔들리는 이들 회사에 대한 시장 반응은 차갑다.
모간스탠리의 켄 저브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암박이 채권 발행에 성공할 수 있을 지, 성공한다 하더라도 자금을 얼마나 모집할 수 있을 지 등 모든 것이 의문스럽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