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모기지 진화 나섰지만.."늦었거나 약해"

정영효 기자I 2007.12.07 10:40:41

부동산 전문가들 "수혜 대상 한정·시기도 이미 늦어"
야당 성토..신평사 반응은 엇갈려

[이데일리 정영효기자] "우리가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은 주택 차압으로 거리에 나앉게 된 이웃들의 복귀를 도울 수 있는 돈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종합대책이 발표된 직후 크웸 킬패트릭(Kwame Kilpatrick) 디트로이트 시장이 낸 성명)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가 발표한 서브프라임 종합대책이 별다른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부시 행정부는 일부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리를 5년동안 동결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는 서브프라임 대책을 발표했다. 2005년 1월부터 2007년 7월 사이에 발행돼 내년 1월에서 2010년7월 사이에 금리가 재조정되는 서브프라임 대출이 대상이다.

발행한 지 2~3년이 지나 고율의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서브프라임 금리를 동결해 주택 차압이 급증하는 것을 막겠다는 조치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대책으로 총 120만 가구가 혜택을 입을 것으로 본다"며 "주택경기침체를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책 발표후 증시는 랠리를 펼쳤지만 전문가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부시 정부의 서브프라임 대책에 대해 제시된 시기가 너무 늦은 데다 수혜 대상 또한 한정돼 있어 서브프라임 사태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분석했다.

◇`120만가구가 수혜 대상이라고?`..`기껏해야 수십만일 것`

서브프라임 대책이 호응을 얻지 못하는 가장 큰 요인은 수혜 범위가 너무 좁다는 것이다.

하버드대 주택연구협동센터의 니콜라스 레시나스(Retsinas)는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에서 "전체 서브프라임 대출자 가운데 15~20% 만이 이번 대책의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이라며 "방향은 맞았지만 출혈을 멎게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버드대 로스쿨의 엘리자베스 워렌 교수도 로이터 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 대출금을 상환할 능력이 없는 극빈자층은 이번 대책에서 제외됐다"며 "5년이라는 금리 동결 기간 또한 충분치 않다"고 진단했다.

워렌 교수는 "이번 조치로 차압 가구수를 다소 줄일 수 있을 지는 몰라도 주택시장과 자본시장의 부진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브프라임 종합대책이 120만 가구를 차압의 위기에서 구해낼 것이라는 행정부의 주장 자체를 반박하는 시각도 있다. 펜실베니아대 와튼 스쿨의 수전 와처 부동산 및 재정 전문 교수는 "구제 대상에 오를 수 있는 가구는 수십만 가구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도 수혜 대상을 지나치게 한정했다며 정부를 성토했다. 맥신 워터스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은 "`매우 매우 적은 수`의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나`..너무 늦었다

대책이 너무 늦게 나왔다는 불만도 행정부의 서브프라임 구제책이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다.

`이미 차압당한 가구를 지원할 자금을 달라`는 디트로이트 시장의 성명에서 보듯 서브프라임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일부 주에 있어 이번 대책은 `사후약방문`일 뿐이다. 집값이 이미 10% 가량 급락한 디트로이트시가 속한 미시건주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와처 교수도 "경제적으로 이미 파산 상태인 일부 지역에는 서브프라임 대책의 영향이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리 갈아타기` 등 근본대책 미비한 점도 문제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것도 이번 대책의 약점으로 지적됐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첫 2~3년은 저율의 고정금리를 적용해 고객을 끌어들인 후 고율의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현 서브프라임 금리 방식을 안정적인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치유책이라고 주장해왔다.

UBS는 "이번 대책이 대출자들의 `금리 갈아타기`에는 미미한 효과를 미치는 데 그칠 것"이라며 "주택 차압이 급증하는 흐름을 막는 데는 영향력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신평사는 헷갈려`..S&P vs 무디스·피치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서브프라임 종합대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무디스와 피치는 시장을 안정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반겼다.

S&P는 "일부 서브프라임 대출 금리를 동결하겠다는 행정부의 계획이 일부 모기기 채권의 등급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S&P는 보고서를 통해 "단지 일부 미국의 1순위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금리를 고정하는 것은 일부 모기지 담보부 증권(MBS)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신용도가 높은 대출자들로부터 투자자들에게 지급되는 자금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S&P는 설명했다.

반면 무디스는 "부시 행정부가 합리적인 접근에 성공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무디스는 이번 조치로 "고율의 변동금리로 재조정당할 위기에 처한 서브프라임 대출자들이 고정 금리 방식으로 갈아탈 자격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대책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자들에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피치도 미국 행정부의 서브프라임 대책에 후한 점수를 줬다.

피치는 "이번 대책으로 높은 신용등급을 받은 주택담보대출 유동화증권(RMBS)이 등급을 강등당할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모기지 디폴트(채무불이행)율을 안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