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강국, 글로벌로 간다)<2부>⑥한국證 `금융실크로드 개척`

김유정 기자I 2007.11.26 11:30:00

아시아-유럽 잇는 해외진출 전략 지속 추진
틈새 개척→현지화→대형화→종합금융그룹化
"2020까지 해외사업 비중 30%로 늘리겠다"

[이데일리 김유정기자] 서방에서 동아시아로 문물을 전해주며 정치적 변화까지 불러일으켰던 실크로드. 이 길로 비단은 물론 보석과 옥, 직물과 불교 등 종교에 이르는 다양한 문물이 이동했고, 그 무역의 이익은 동방에서 중국인을, 북방에서 유목민을, 또 남방에서는 티베트인을 끌어들여 그들에 의해 강화됐다.

한국투자증권은 몽골-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인도-카즈흐스탄을 잇는 `금융 실크로드`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펼치고 있다. `금융 실크로드`를 통해 세계 각지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증권은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와 관련된 펀드상품 개발, 부동산 투자, 자원개발, 현지 합작증권사 설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시하며 자리를 잡아가는 한편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등 독립국가연합(CIS)에서는 `금융 실크로드`를 확장해 나가기 위한 첫 발을 내딛고 있다.

◇ 베트남 합작 증권사 추진..`속도보다 내실이 중요`

90년대 초반부터 국내 증권사들이 미국과 일본, 홍콩 등에서 외국자본을 국내로 유치하는 활동을 벌였다면 2005년부터 현재는 중국, 인도, 베트남 등으로 그 진출 영역을 확장하며 국내 자본을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자본수출`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에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해외에 거점을 확보하고 현지화 전략을 통해 현지 금융기관들과 경쟁하는 `글로벌라이제이션 단계`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증권은 "틈새시장을 노리고,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최종적으로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대형화와 은행업 진출 등을 통한 종합금융그룹을 이루는 것이 해외진출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한국증권은 이를 위해 1차 진출 대상국으로 베트남과 중국(동북 3성),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로 정하고 이들 시장에서 입지를 굳혀나가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주식펀드와 부동산, 유전개발 펀드 등을 만들고 운용한 것을 시작으로 현지 사무소를 설립(개소식 사진 참조)하고 합작법인 설립을 목전에 두고있다.

베트남 펀드를 통해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베트남에 투자하는데서 그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베트남 현지 합작 증권사를 통해 한국증권의 상품을 뉴욕과 런던 등 해외 현지법인 등의 판매망을 이용해 전세계 투자자들에게 판매하겠다는 것.

한국증권은 내년쯤 베트남 현지기업과 합작증권사 설립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미 국내 증권사중 한국증권보다 먼저 베트남 합작증권사 내인가를 받고 본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곳도 있다.

윤성일 한국증권 신사업추진 본부장은 "누가 먼저 베트남 합작 증권사를 설립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합작 증권 파트너가 누구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베트남에 영업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수많은 소형 증권사들이 증권업 라이센스를 들고 한국증권과 같은 파트너를 찾고있지만, 이들과 합작하는 것은 향후 베트남에서 계획하고 있는 사업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윤 상무는 "베트남 증권업 라이센스를 빨리 얻겠다는 것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베트남 정부와도 긴밀한 관계를 가질 수 있고 영향력이 있는 파트너와 합작 증권사를 설립하는 것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 "中, 정부정책에 발맞추는 전략이 비결"

현재 중국에 투자하는 상품은 대부분 중국 본토가 아닌 홍콩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그만큼 중국 본토시장에 투자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증권은 중국시장이 향후 통일을 대비해 북한 진출 및 개발사업을 준비하는데 있어서도 중요한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고 보고있다.

지난 11월 한국증권은 중국 길림성 장춘시 장춘시성향건설위원회와 장춘시 신도시인 `남부신성` 사회간접자본(SOC) 프로젝트 투자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본격적으로 중국 동북3성 SOC사업에 진출했다.

장춘시에서 SOC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담고있다. 상해와 심천 등 해안은 급속히 발달하고 있지만 동북 3성과 서부지역은 개발되지 않은 곳이 많아 중국 정부에서 이 지역의 개발을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국증권은 중국 정부의 이같은 정책을 활용해 해당 지역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향후 중국 본토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위한 기회를 노린다는 것이다.

다른 주력 진출지역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자원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어 투자 잠재력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 지역은 같은 언어권과 석유, 가스, 팜오일, 주석 등 자원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는 정치적·경제적으로 안정된데 반해 인도네시아는 불안정한 요소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두 지역에 동시투자하는 펀드를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이 지역의 자원개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증권은 12월 기관투자자와 PB고객 등과 말레이시아 탐방 기회를 가질 예정이다. 또 올 연말이나 내년 중으로 말레이시아 관련 투자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 러시아도 기다려라.."은행보다 진일보한 IB"


한국증권이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서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면 다음 `타깃` 지역으로 주목하고 있는 곳은 CIS 시장이다. 카자흐스탄과 우크라이나 등에 대한 시장조사를 진행하면서 개별 프로젝트를 준비중이다.

계열사인 한국투신운용도 최근 이들 지역의 자원개발펀드 출시를 위해 김범석 부회장이 이 지역을 방문하는 등 사업을 검토를 하고 있다. 한국증권 신사업추진실은 최근 러시아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범 러시아권 연구에 힘을 쏟고있다.

한국증권은 이처럼 해외진출을 위한 전문인력 양성 및 영입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9월 신입사원 채용에서 글로벌 금융실크로드 개척을 위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러시아 등 해외 거주인력과 인도어, 베트남어, 포르투갈어 등 특수어학 전공자 21명(전체 채용자의 10%)을 별도로 선발해 지역전문가로 채용했다.

유상호 한국증권 사장은 "2020년까지 해외사업 비중을 30%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현재 한국증권의 해외사업 비중은 5% 수준이다. 유 사장은 또 "2014년에는 아시아 탑 5 투자은행(IB)으로, 2020년에는 아시아 최고 종합금융회사가 되겠다"(지도 참조)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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