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1박2일 공식방한은 시종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과거 방한 때 화려하고 떠들썩한 일정을 보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한국의 분위기를 고려한 것이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두 딸의 아버지로서 세월호 침몰사고로 한국의 모든 국민이 겪고 있는 슬픔에 애도를 여러번 표했다. 또 그런 관점에서 방한 전에도 우리 정부와 잘 협의해서 화려하지 않은 일정을 해주면 좋겠다는 말씀도 있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에 도착한 직후 경복궁을 방문했을 때 예정돼 있던 문화공연은 열리지 않았다. 청와대 대정원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도 꽃다발을 전달하는 어린이 환영단 행사와 취타대 연주 행사가 생략됐다.
환영식 시간은 10분에 그쳤다. 지난해 12월3일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그리스 대통령 방한 때 공식환영식 15분과 비교할 때도 5분 가량 줄어든 것이다. 정상회담과 기자회견에 이어 열린 만찬도 음악 연주 없이 업무 위주로 진행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수 차례에 걸쳐 애도를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정상회담장에 들어서자마자 “오늘 우리의 만남을 사고의 희생자, 그리고 실종자와 사망자들을 기리는 그런 시간으로 먼저 시작했으면 한다. 이들을 위해 잠깐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양국 정상을 비롯한 회담 참석자들은 30초간 고개를 숙여 묵념을 한 뒤 자리에 앉아 회담을 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도 “한국이 겪고있는 비탄에 깊고 진심어린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국민을 위로하기 위해 사고 당일 백악관에 걸린 성조기를 박 대통령에게 증정했고,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안산 단원고에는 아름다움과 부활을 상징한다는 백악관 목련 묘목을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26일 한미경제인 조찬간담회, 한미연합사령부 방문, 용산 미군기자 방문 등의 일정을 마친 후 아시아 순방 세번째 국가인 말레이시아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