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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줄기가 죽지 않는 식물은 '나무', 줄기가 죽는 식물은 '풀'이라고 대충 구별된다. 튼튼한 줄기가 겨울에도 팔 벌리고 있는 나무야 꽃이 언제 어디서 필지 어느 정도 가늠이 가능하다. 그러나 풀은 겨우내 꽁꽁 언 흙 속에 뿌리를 웅크리고 버틴다. 풀들의 뿌리가 봄 기운을 빨아 올려 작은 꽃망울을 '퐁'하고 터뜨리면 그렇게 기특하고 신기하단다.
야생화, 그 중에도 토종 야생화가 많은 곳은 한택식물원의 36개 구역 중 '자연 생태원'이다. 엄마가 물동이를 이고 가던 물가에 많다고 '동의나물', 한창 바쁜 모내기 철에 농민들 놀리듯이 피어난다고 '깽깽이(땡땡이)풀', 잎에 얼룩이 많아 '얼레리꼴레리' 놀림을 당해 '얼레지'…. 꿈이 먼저인지, 해몽이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인의 생활에서 비롯한 꽃 이름의 유래를 듣는 게 쏠쏠하게 재미있다.
허리를 숙이고 어기적어기적 걷는데 김 과장이 "앗, 잠시만요" 하고 짧은 비명을 질렀다. 모르는 사이 운동화로 길섶의 푸른 야생화 싹을 밟았나 보다. '자연 생태원'에선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걸어야 한다.
아직은 가지가 앙상하지만 한두 주만 지나면 식물원 내 동원계곡 옆에 꽃 터널을 이룰 예정인 산벚나무가 기대된다. 산벚나무는 4월 말~5월 초 잎과 함께 꽃을 피워 때를 놓친 상춘객들을 위로한다. 산벚나무 터널 아래 올해 문을 연 작은 노천 카페 '티트리(Tea tree)'의 5월이 참 예쁠 것 같다.
::: 한택식물원은?
토목업을 하던 원장 이택주씨가 고향으로 내려와 1979년 세웠다. '식물원의 가장 큰 목적은 종(種)의 확보'라는 신념 때문에 20년 넘게 개방하지 않고 식물종을 모으다 2003년에나 일반인에 문을 열었다. 66만1160㎡(약 20만평)에 자생식물 2400여 종, 외래식물 5900여 종 등 총 8300종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호주 온실에 있는 바오밥 나무는 드라마 '궁'에 등장해 유명세를 얻었다. 곳곳에 벤치나 식탁이 있어 김밥, 도시락 등 간단한 음식은 싸가지고 가서 먹어도 된다. 단 국물이 있는 음식은 안 된다. 정문 부근 식당에서는 진달래, 제비꽃 등이 들어간 꽃 비빔밥(9000원)을 판다. 카페 '티트리'는 유기농차(백리향·연잎·국화·박하) 5000원, 원두커피·핫초코 4500원. 따뜻한 음료를 마시면 머그 컵을 준다.
영동고속도로 양지 나들목으로 나가 백암·진천 방향으로 17번 국도를 타면 '한택 식물원' 표지가 계속 나온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백암 터미널 가는 버스를 타고 10―4번 시내버스를 타도 된다. 오전 9시~오후 6시(4~10월, 9~3월은 오후 5시 매표 마감), 연중무휴. 입장료 주말 어른 8000원·청소년 6000원·어린이 5000원, 평일 어른 7000원·청소년 5500원·어린이 5000원. 문의 (031)333―3558, www.hantae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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