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창업시장, 고난의 시절 보냈다"

주순구 기자I 2007.12.07 10:37:06

자영업 둘러싼 복합적 악재로 시장 침체
안정적 브랜드 선호경향 뚜렷
내년 영업환경 개선에 기대

[이데일리 주순구기자] 올해 창업시장은 한 마디로 ‘침체기’였다.

이렇다 할 히트 아이템도 없었다. 그동안 곪아왔던 과당경쟁, 영업환경 악화 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창업의 위험성이 강조된 탓이다. 주식, 펀드 등의 강세로 또 다른 강력한 투자처가 생겨났다는 것도 자금유입이 안된 원인이다.

창업전문가들은 “수익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 안정성 있는 아이템은 나름대로 명맥을 유지했다"며 "그러나 신규 업종이나 서비스, 판매업 등 경기에 민감한 아이템은 대부분 무너졌다”고 분석했다. 예비 창업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섬에 따라 전반적으로 움직임이 크지 않았던 시기였다는 설명이다.

◇ 창업, 생계형에서 재테크형으로 변화

올해는 주식, 펀드의 활황으로 다수의 여유자금이 창업시장으로 유입되지 못했다.

창업자들이 현 상황에서는 창업 실패율이 높다는 걸 인식하고 있던 데다, 해외 펀드나 주식 등에서 고수익이 발생하면서 오히려 창업보다 증시 투자의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부족한 투자금에 무리한 대출을 받아서 창업하기보다, 가능한 비용으로 증시에 투자하는 쪽을 택한 것.

FC창업코리아 이준 이사는 “꾸준히 신규 창업이 이뤄지는 치킨, 주점 업종의 경우, 가계약 상태에서 가맹을 취소하는 경우가 한달에 1~2건씩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과 달리 생계형보다는 재테크형 창업이 늘어나면서, 어차피 투자를 할 거라면 몸도 편하고 수익률도 좋은 주식형 펀드에 넣겠다는 예비 창업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창업 시장에서도 경영은 본사에 맡기고 자금만 투자해 수익을 배분받는 공동투자형 창업 형태가 각광받았다.

공동투자형 창업을 하고 있는 세계맥주전문점 와바 이효복 대표는 “현재 운영중인 공동투자형 매장 실매출을 기준으로, 매월 평균 수익률을 투자금의 4%로 책정하고 있다”며 “5000만원을 투자하면 매월 200만원 정도를 수익금으로 얻어갈 수 있어, 투잡족이나 소자본 창업자들의 참여가 꾸준하다”고 밝혔다.

이렇다보니 신규 창업도 ‘대박’보다는 수익성이 조금 낮더라도 꾸준한 영업이 가능한 보쌈, 부대찌개, 주점 등 안정적 아이템으로 쏠렸다는 평가다.

FC창업코리아 이 이사는 “주점 중에서도 치킨호프와 퓨전주점이 한달 평균 4~7개 점포를 꾸준히 개설해가며 선전했다”며 “원할머니보쌈, 놀부부대찌개, 본죽 등 전통적 아이템은 가맹점 포화상태로, 신규 개설보다는 기존점 매출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 간접비 증가로 점포당 마진 축소

세금, 임대료, 인건비 등 간접비용 증가로 자영업 수익구조가 악화된 것도 창업 수요를 줄이는 요인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땅값 상승으로 점포 임대료가 평균 10~20% 가량 오른 것은 물론, 인력난도 심해져 인건비 역시 전년 대비 20%가량 상승했다. 이 때문에 기본 투자비 부담이 늘어난데다, 매출의 80% 이상이 카드로 이뤄지면서 세원이 대부분 공개돼 이전보다 세금부담도 늘어난 상황이다.

잇따른 원부자재 값 상승도 부담이다. 하반기 들어 물량부족으로 인한 국제적인 곡물가 상승으로 국내 밀가루 판매가가 13~15% 가량 상승했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치즈도 소비증가와 주요 생산지의 생산력 저하로 이전 대비 30~40% 가량 폭등했다.

통상 추석 전후로 가격이 내려갔다가 김장철쯤 오르는 배추, 상추, 오이 등 채소 가격도 기상이변으로 인한 생산량 부족으로 올해 초 이후 꾸준히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

왕대감왕갈비 송교원 이사는 “고깃집의 경우, 필수 부자재인 상추가격이 한 박스(2kg)에 2000~3000원에서 2만~3만원 수준으로 10배 가량 올랐다”며 “매출 대비 6.5%던 채소 등 부자재 비율이 현재 10% 수준까지 상승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더라도, 각종 지출비용이 늘어나 결과적으로는 수익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 소비력 회복, 영업환경 개선이 관건

일각에서는 취업부진으로 인한 20대의 소비력 저하, 여유자금 감소 등도 창업시장 침체의 원인으로 꼽았다.

작은가게창업연구소 심상훈 소장은 “최근 취업부진, 자발적 실업자 증가 등으로 주요 소비계층인 20대의 구매파워가 크게 줄었다”며 “소비력을 가진 40대 중년층도 각종 이자 부담과 학원비 지출로 여유자금이 없어지면서 전반적인 소비가 침체돼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도시로 구분되는 대구나 부산보다 조선소가 있는 거제나 공업도시 울산 등에서 신규 창업과 소비가 활발한 것을 보면, 상주인구의 소득 수준이 경기에 얼마나 밀접한 영향을 끼치는지 확인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창업전문가들에 따르면, 올해는 여러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어려움이 많았던 반면, ‘묻지마 창업’이 없어지고 창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는 등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다.

이들은 “그간 제대로 된 거름망 없이 외형적 성장만을 해오던 창업 시장이 올해 구조조정 시기를 맞았다고 본다”며 “내년 경기전망도 밝지 않지만, 가맹사업법 시행으로 영업환경이 개선되고 퇴직자 등 창업수요가 늘어나면 충분히 시장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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