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이른바 ‘칩플레이션’이 이슈로 떠올랐다. 올 들어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그야말로 뜀박질을 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금 같은 칩플레이션은 처음”이라며 “100년에 한 번 오는 홍수 같다”고 말했다. 그 여파로 스마트폰, 노트북, 개인용컴퓨터(PC), 게임기 가격이 크게 올랐다. 칩플레이션은 그러잖아도 중동전쟁으로 불안한 물가를 더 자극할 우려가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 등 물가 당국은 칩플레이션 움직임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칩 가격이 뛴 이유는 명백하다. 공급이 달리기 때문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주 뉴욕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인공지능(AI)은 4∼5살짜리 어린아이 수준”이라며 “범용인공지능(AGI)의 시대가 오기까지 메모리 수요는 폭발적으로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메모리 빅3, 곧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AI 데이터센터 구동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그 바람에 일반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범용 D램 생산은 뒷전으로 밀렸다.
메모리 최강국인 우리에겐 칩플레이션이 양면성을 갖는다. 무엇보다 칩 가격이 오른 덕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증시도 덕을 봤고, 정부도 초과세수에 대한 기대가 크다. 다른 한편 칩플레이션은 본격적으로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에 비해 3.2% 올라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 품목별로 뜯어보면 PC와 노트북 등이 포함된 컴퓨터 물가가 22.2%나 올랐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AI와 반도체발 3차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고했다. 1차는 팬데믹에 따른 공급망 붕괴, 2차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을 말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국·이란 전쟁이 촉발한 유가 불안과 칩플레이션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지난달 미국에선 일부 소비자들이 D램 가격을 담합했다는 혐의로 빅3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내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칩플레이션 논란에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정책 당국은 물가 불안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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