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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30만종, 韓은 11종…편의점 '상비약 확대' 본격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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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유 기자I 2026.06.29 05:50:04

[편의점 상비약 확대 난항]①
소비자 62% “편의점 약 제한 불편”
약사들 반대로 개선은 14년째 막혀
정부, 상비약 판매현황 등 조사 착수

[이데일리 김정유 한전진 기자] 주말 여행을 위해 강화도를 찾은 40대 이 씨는 한밤중 갑작스러운 복통과 설사 증상에 당황했다. 급히 문 연 약국을 찾아봤지만 주변에 마땅한 곳이 없었고, 가까운 편의점에 들렀지만 필요한 지사제는 찾기 어려웠다. 응급실로 가려 해도 이동이 쉽지 않아, 이 씨는 결국 밤새 통증을 참고 버틴 뒤 아침이 되어서야 약국을 찾을 수 있었다.

서울시내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안전상비의약품.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내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안전상비의약품. (사진=연합뉴스)
미국 30만개·영국 1485개·일본 1000여개, 그리고 한국은 11개(편의점). 현재 약국 외에서 판매가 허용되는 의약품 숫자다. 한국만 14년째 국민 의약품 접근성 측면에서 밑바닥을 맴돌고 있다. 1인 가구·독거 노인 등 인구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정책의 빈틈’을 소비자만 감수하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확대에 나서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거세게 불고 있는 이유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측에 편의점 안전상비약 판매 현황과 관련해 회원사 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편의점산업협회는 각 편의점 업체들의 상비약 현황을 취합해 조만간 복지부에 전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이 지난 11일 편의점 상비약 품목 확대 추진 방안을 발표한 이후 물밑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상비약 제도는 약품 구입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2012년 약사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는데, 이후 14년간 판매 허용 품목은 해열진통제·감기약·소화제 등 13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어린이용 타이레놀 2종이 생산 중단되면서 실질적으로는 11종만 판매 중이다. 약사법상으론 최대 20개까지 지정 가능하지만 ‘약물 남용 우려’를 주장하는 약사단체 등의 끊임없는 반대로 14년간 변화는 전무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글로벌 국가들과의 국민 의약품 접근성 측면에서도 격차는 이어지고 있다. 서구권인 미국, 영국 등은 물론 일본까지도 약국 외 의약품 판매에 큰 제한을 두지 않고 사후 자율규제 방식으로 안전성을 지켜가고 있는데, 유독 한국만 약사단체들의 오남용 주장에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한 상태다. 소비자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소비자 10명 중 6명(62%)이 “편의점 약 제한으로 불편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직역단체의 벽을 넘치 못하고 있다.

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편의점 상비약 판매의 약 74.3%가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약국이 문을 닫는 심야시간대 편의점을 찾는 소비자가 많다는건, 그만큼 의약품 접근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편의점 업계·소비자들의 “이제는 상비약 품목 제한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는 분위기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2012년 도입된 제도가 14년째 그대로인데다, 지금 팔고 있는 품목 역시 너무 제한적”이라며 “1인 가구·맞벌이·독거노인 등이 늘면서 인구 구조도 바뀐 만큼, 의약품 접근성이 중요해졌는데 이제는 행정이 더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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