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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사의 겨울 의류 전략도 차별화하고 있다. GS25는 무신사와 협업을 강화하며 ‘힛탠다드’ 발열 이너웨어와 기본 티셔츠 라인을 전면에 내세웠다. 보온성을 강화한 기능성 원사를 사용해 실용성에 집중했고, 1만원대 중반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CU는 100% 솜 충전재를 사용한 경량 패딩을 2만 900원에 출시해 가성비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산리오 캐릭터 협업 모자 등 MZ세대 타깃 굿즈도 함께 선보였다. 세븐일레븐은 업계 최초로 3만 2900원대 캐시미어 니트를 내놓으며 프리미엄 노선을 택했다. 발열내의 ‘올데이온웜’ 시리즈도 추가하며 기능성 의류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편의점이 의류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전국 4만여개에 달하는 압도적인 점포망이 의류 판매와 결합하면서 기존 유통채널이 갖지 못한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무신사처럼 온라인 중심 브랜드는 오프라인 거점이 부족한 반면, 편의점은 전국 어디서나 5분 내 도달 가능하다는 접근성이 핵심 경쟁력이다. GS25의 경우 지난 6~8월 무신사 상품 매출이 3~5월 대비 72% 증가했는데, 지역별로는 강원도 158.9%, 울산 110.1%, 제주 94.1% 등 오히려 지방 매출 증가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패션 인프라가 약한 지역일수록 편의점 의류의 대체재 효과가 크다는 방증이다.
점주와 본사 입장에서도 의류는 매력적 카테고리다. 프리사이즈 중심 구성으로 재고 부담이 낮고, 식품과 달리 유통기한 리스크가 없어 장기 재고 관리가 가능하다. 의류 이익률도 식품 대비 상대적으로 높다. 무엇보다 편의점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식품 카테고리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하다. 신규 출점보다 기존 점포의 매출 다각화가 생존 전략으로 떠올랐다.
소비 트렌드 변화도 편의점 의류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고물가 시대 소비자들은 브랜드보다 가성비를, 백화점보다 접근성을 우선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특히 편의점 핵심 고객층인 1030세대는 합리적 소비에 익숙하면서도 기본 품질을 타협하지 않는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 소비 성향이 강하다. 다이소가 ‘이지웨어’로 의류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다이소 의류용품 매출은 올 상반기 전년동기 대비 60% 증가하며 편의점 업계에 벤치마킹 사례를 제공했다.
해외에서도 편의점 의류 판매는 이미 정착된 전략이다. 일본 로손은 무인양품 의류를 매장에서 판매하며 꾸준한 매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로손은 더 나아가 일본 패션 브랜드 프릭스스토어와 협업한 니트·셔츠 등 한정판 의류를 2000~3000엔대 가격으로 내놓고 있다. 패밀리마트 역시 의류 자체브랜드(PB)를 운영하며 편의점 패션을 키우고 있다. 한국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는 셈이다.
다만 편의점 의류가 지속 성장하려면 명확한 영역 설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급하게 필요한 기본 아이템 구매에는 효과적이지만,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거나 세밀한 사이즈 전개가 필요한 패션 영역까지 커버하기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협업 브랜드 입장에서도 편의점 유통 비중이 과도해질 경우 브랜드 포지셔닝 관리가 과제로 떠오른다. 대중성 확보가 오히려 브랜드 가치 희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기본템·일상 소비’에 충실한 품질과 서비스가 관건인 셈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의류는 비식품 중 가장 안정적인 신규 카테고리”라며 “편의점에서 옷을 사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지로 자리잡으면서 향후 2~3년간 의류 매출 비중은 지속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지방이나 심야시간대처럼 패션 유통 사각지대에서 편의점이 대안 채널 역할을 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유통 생태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