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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6일 임상시험 재평가 결과 혈관성 인지 장애 증상 개선에 대한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 옥시라세탐 성분 의약품에 대해 처방·조제를 중지하고 의료진에게 대체 의약품 사용을 권고하는 의약품 정보 서한을 배포했다. 뇌기능 인지장애는 크게 퇴행성과 혈관성으로 구분된다. 퇴행성 인지 장애는 흔히 알츠하이머로 부르는 질환으로 아밀로이드라는 물질이 뇌에 축적되면서 뇌에 손상을 유도한다. 혈관성 인지 장애는 뇌혈관이 좁아지거나 터지는등 영양분이 차단돼 신경 세포가 손상을 입어 인지 기능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옥시라세탐 성분 등과 관련된 의약품 임상시험 재평가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제품 허가 이후 5년마다 진행된다. 식약처가 약사법 제33조에 따라 재평가 대상 의약품을 선정해 해당 기업에 통보하면 이 기업은 의약품의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그 결과 옥시라세탐 성분의 경우 최신 과학 수준의 효과성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식약처는 설명했다. 옥시라세탐 성분 의약품은 1992년에 처음 허가됐다. 식약처의 이번 조치로 옥시라세탐 성분 의악품을 제조·판매하고 있는 고려·광동·삼진·환인제약은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관련 의약품은 △고려제약(014570)의 뉴로메드정·뉴로메드시럽·뉴로메드정 400밀리그람 △광동제약(009290)의 뉴로피아정 △삼진제약(005500)의 뉴라세탐정 △환인제약(016580)의 뉴옥시탐정 등 6개 품목이다.
다만 제약업계는 4개 제약사 6개 의약품의 연간 총 매출액이 지난해 기준 200억원 수준인 만큼 기업별 매출 손실 규모는 수억원에서 수십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옥시라세탐 성분 의약품을 판매 중인 한 제약사 관계자는 “옥시라세탐 성분 의약품 관련 전체 시장 규모가 연간 200억원 정도로 크지 않기 때문에 기업별 매출 손실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연간 처방액 5000억원대 콜린알포 독점적 지위 누려
반면 제약업계는 또 다른 뇌기능 개선제인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의약품의 경우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옥시라세탐과 더불어 도네페질, 아세틸엘카르니틴이 연이어 뇌기능 인지 장애 치료 옵션에서 빠지면서 독점적 지위를 누릴 것으로 예상되서다. 앞서 아세틸엘카르니틴 제제는 지난해 9월 이차적 퇴행성 질환 개선 효과 입증에 실패해 시장에서 퇴출됐고 도네피질 제제는 혈관성 치매 적응증이 삭제됐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는 뇌기능 경도 인지 장애 환자 등에게 치매 예방을 위해 처방되고 있는 의약품이다. 대웅바이오와 종근당(185750)이 처방액 기준으로 1·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의약품 처방통계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과 종근당의 ‘글리아티린’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처방액이 각각 837억원, 722억원을 기록했다.
제약업계는 이 추세대로라면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글리아타민 처방액이 1000억원대, 글리아타린 처방액이 1000억원 규모에 각각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밖에 한국프라임제약(211억원)과 대원제약(003220)(156억원), 유한양행(000100)(132억원) 등의 제약사들도 콜린알포세리이트 제제 의약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처방액 규모가 기업별로 100억~200억원대(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에 그쳐 1·2위와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의약품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국내 전체 처방액은 38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 증가했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시장은 정식 허가받은 치매 치료제가 없는데다 고령층 환자가 늘어나면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콜린알포세레이트 국내 처방액 규모는 지난 2016년 1955억원에서 2021년 5020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여기에다 도네페질과 아세틸엘카르니틴 등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경쟁 성분 의약품들이 연이어 시장에서 퇴출되면서 지난해 연간 처방액도 52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다만 제약업계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의약품이 임상시험 재평가를 진행 중인 점은 변수로 꼽았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의약품을 보유한 제약사들은 임상시험 재평가에 돌입한 상태로 2025년 12월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뇌기능 개선제와 관련한 의약품들이 연이어 시장에서 퇴출되면서 콜린알포세레이트 관련 의약품들만 남았다”며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의약품의 국내 처방액 규모가 5000억원대로 적잖은 규모의 시장인 만큼 시장을 지키기 위해 제약사들이 온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