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등에 美 소비심리 악화 중…연준이 긴축하는 이유"

고준혁 기자I 2021.09.30 09:09:58

9월 소비자신뢰지수 6월…고점 대비 19.6포인트 하락
"노동시장 미스매치,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
8~9월 소비자심리지수도 악화 중
"연준 '긴축으로 소비 위축하지 말자'→'물가 잡아 소비 살리자'"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최근 미국 소비자들의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가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가 넘기에 소비자들의 심리가 위축된다는 것은 시장에선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현재 물가 상승이 가파른 점도 심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 상승을 누르려는 시도를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지난 28일 미국 9월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는 109.3을 기록했다. 이는 6월 고점(128.9) 대비 19.6포인트 내려온 것이다. 미국엔 소비자 심리를 나타내는 두 가지 지표가 있는데 신뢰지수는 고용 상황을 더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른 하나인 미시건대 소비자심리 지수는 소비 여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심리지수 역시 8~9월 2달 크게 악화되고 있다.

컨퍼런스보드 수석 이사는 신뢰지수 하락 이유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낙관적인 심리가 약화된 점’을 들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는 연준 및 글로벌 투자은행(IB)가 올해 미국 GDP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한 가운데, 설문 대상자들 또한 단기(6개월)의 경기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과정에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신뢰지수에서 주목할 점이 ‘일자리가 충분하다’, ‘구직이 어렵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이 모두 전월대비 0.3%포인트, 2.2%포인트 상승했단 것이라고 전했다.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한 대면서비스업 종사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9월에도 연장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높아진 원자재 가격에 대한 부담도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기대인플레이션 서베이(12개월 이후)는 6.7%로 나타나 3개월 사이 0.2%포인트 상승했다. S&P500 GSCI 지수는 6월 초 이후 5.6% 상승한 것을 고려할 때 소비자들의 기대인플레이션에 원자재 가격 상승이 반영되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이 연구원은 “결국 노동시장 미스매치의 점진적 완화와 원자재 가격의 안정화 여부가 향후 소비심리 회복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한편 소비자심리가 악화하는 것은 물가 상승 때문으로, 이는 최근 연준이 긴축을 더 빨리 강하게 진행할 수 있단 우려가 번지게 하는 원인이란 해석도 있다. 미국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소비를 위축시키는 원인이 물가 때문이라면 연준이 긴축을 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장기물 국채가 상승한 것도 이러한 영향을 받았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제지표 중 소비자심리지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은 소비가 GDP의 3분의 2가 넘기 때문에 물가가 소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따라 정책대응이 달라진다”라고 전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은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고 소비심리도 8~9월 2달 연속 크게 악화되고 있다”며 “연준의 정책방향이 ‘물가 잡으려고 긴축하다가 소비를 위축시키지 말자’에서 ‘물가 때문에 소비 위축이 본격화되고 있으니 물가부터 잡고 보자’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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