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서울에서 차로 약 3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구미산단은 삼성·LG 등 전자업종 대기업들의 입주로 일찍부터 대기업 중심 산단이 조성된 곳이다. 하지만 최근 4~5년 새 대기업들이 생산물량을 해외로 이전하면서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다. 김규돈 한국산업단지공단 대구경북지역본부 입주지원팀장은 “대기업과 협력사 외에도 새로운 아이템으로 시장 개척에 나서는 B2C업종 중소기업들이 성과를 낸다면 구미산단도 조금씩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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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산단에 도착한 후 방문한 모비프렌은 최근 이곳에서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중소기업 중 하나다. 2002년 설립된 모비프렌은 블루투스 헤드셋과 카킷 등을 제조, 자체 브랜드로 판매한다. 삼성전자 휴대폰 협력사에서 블루투스 음향기기 업체로 전환을 꾀한 이 회사는 매년 미국 가전박람회(CES) 등에 참가해 제품을 홍보한다. 모비프렌은 중국 아웃소싱 비중이 높은 다른 국내 업체들과 달리 연구·개발(R&D)부터 제조·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수행한다. 올 4월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글로벌 강소기업’에도 선정됐다.
이날 모비프렌 구미공장 사무실에서 만난 이 회사 허주원 대표는 “2006년부터 12년 이상 블루투스 헤드셋을 개발·생산해왔고 ‘모비프렌’이란 자체 브랜드로 현재 60개국에 수출한다”며 “2015년엔 국내 최초로 블루투스 헤드셋 분야에서 애플 ‘MFi’ 인증을 받는 등 해외에서 제품력을 인정받는다”고 말했다.
모비프렌의 경쟁력은 음질에 있다. 보통 무선 블루투스 이어폰이라고 하면 음질보다 편의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유선 이어폰보다 음질이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다. 삼성전자 엔지니어 출신인 허 대표는 이같은 인식을 깨고 싶었다. 허 대표는 블루투스 헤드셋 사업 초기 일본 소니 제품과 오디오 음질 등을 밤새 연구하며 직접 튜닝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그 결과, 200만원대 해외 제품 음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의 제품을 개발했다. 모비프렌의 제품 가격은 최고 80만원, 최저 4만원이다.
허 대표는 “음질은 주파수 대역에 따라 달라지는데 우리는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대역을 맞추는데 몰두했다”며 “세계 최초 헤드폰 개발업체 독일 베어다이나믹 측과 제조자개발생산(ODM) 계약을 맺는 등 해외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유통망의 경우 대기업 CJ와 총판계약을 맺고 속도를 내고 있다. 대세 아이돌 ‘워너원’을 모델로 하고 최근 백화점 등에 팝업스토어도 여는 등 마케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까지 매출액은 80억원에 불과하지만 올해는 100억원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허 대표는 “해외 유명 제품(유선)과 비교해 가격은 10분의 1 수준으로 가성비가 높다”며 “우리의 강점인 튜닝 기술을 더 강화하고 브랜드 파워를 높여 국내외 유통망 확대에 더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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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설립돼 차량용·바이크용 블랙박스를 생산하는 헥스하이브는 국내 최초 360도 블랙박스 개발로 눈길을 모으고 있다. 360도 블랙박스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잘 구현되지 않았던 제품이다. 구미산단 내 헥스하이브 본사에서 만난 이 회사 조중길 대표는 “정밀 가공렌즈 6장을 압착한 자체 렌즈 기술로 최근 ‘피오르 360’ 차량용 블랙박스를 개발해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며 “기존 블랙박스 화각은 130도에 불과했지만 이 제품은 360도를 확보, 차량 사고시 원인 분석 등에 용이하고 범죄가 발행할 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헥스하이브는 이같은 기술로 2014년 신기술 (NET) 인증을 획득했고 올해에는 중기부가 선정한 ‘히든 히트상품’으로도 뽑혔다. ‘전방위(360도) 촬영’ 특허도 취득해 타 블랙박스 업체들과 차별화했다. 360도를 모두 보여주는 블랙박스는 해외에서도 흔치 않아 보안 인식이 높은 북유럽 지역에서도 통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 대표는 “최근 덴마크로 수출을 위한 샘플을 출하했고 스웨덴에는 2000대 규모의 수출도 예정한다”며 “향후엔 지자체 지원을 받아 택시나 어린이통학버스 등 업무용 차량에 설치하거나 센서 기술을 추가해 자율주행차에 탑재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