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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조 장관이 청와대 정무수석 재임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관여를 위해 직권 남용과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지난 18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이날 새벽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조 장관은 사법고시 합격 후 국내 대형 로펌 변호사로 일했으며 외국계 은행 부행장을 지내는 등 한국 사회의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정계입문 계기는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선거운동을 하면서부터다.
◇현직 장관 첫 구속…정치 엘리트의 좌절
이후 2008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해 당시 문방위에서 활동하며 문화·예술계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정치권에서도 승승장구해 새누리당에서는 665일간 대변인을 맡아 당내 최장수 대변인 기록을 세웠다. 박근혜 정부 출범 첫 내각에서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발탁되어 국무위원이 됐다.
2014년 6월에는 처음으로 여성 정무수석으로 임명되어 또 다시 주목을 받았다. 여성이 정치권과 청와대 간의 가교 역할을 하는 정무수석을 맡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회 재입성을 위해 지난해 4월 20대 총선 때 서울 서초갑에 출마했지만이혜훈 후보에게 밀려 공천 받지 못했다. 그러나 불과 몇 개월 뒤인 9월 문체부의 새로운 수장으로 취임해 두 번째 장관직에 올랐다.
조 장관은 18대 국회 문방위 시절 문화 전반에 걸친 지식과 애정으로 당시 문체부 담당 과장의 이름까지 외울 정도로 정도로 문체부 업무에 관심을 보여왔다. 문방위 소속 의원으로 활동했던 경험은 2011년 ‘문화가 답이다’(미호)를 통해 책으로 남겼다.
조 장관은 정치·외교·삶·교육·복지·경제분야를 문화라는 키워드로 풀어내고 문방위 소관이던 만화·게임 등 문화정책에서 그간 미진했던 부분 등도 지적했다. 19대 대선에서는 새누리당 총선개발본부 문화예술·관광 팀장을 맡아 박근혜 정부의 ‘문화융성’을 토대로 한 문화예술 관련 공약들을 조율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도 꾸준히 문체부 장관 하마평에 올랐고 결국 문체부 장관에 취임했다.
◇ 문화융성 강조…블랙리스트에 발목 잡혀
조 장관은 취임 전 기자 간담회에서 “문화융성과 창조경제의 국정기조 하에 우리나라가 강국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하는 시기에 주무부처의 장관 후보자로 지명돼 무한한 또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며“문화융성으로 우리 국민이 행복하고 윤택하게 그리고 우리나라를 강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일에 성심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취임 후 불과 4개월만에 문화예술 분야를 관장하는 정부부처의 수장이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혐의로 영어의 몸이 됐다. 조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블랙리스트’ 존재가 구체적으로 폭로되던 당시 ‘블랙리스트’를 모른다고 부인했다.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에 법적인 조치까지 취했다. 하지만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조특위 제7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문화예술정책 주무 장관으로서 그간 논란이 됐던‘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사실상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정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하며 문화·예술 분야에 개입한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사상·표현·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반헌법적 중대 범죄로 규정하고 결국 조 장관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구속시켰다. 조 장관이 취임하며 강조했던 ‘문화융성’의 허상이 극적으로 드러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