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재원 코트라(KOTRA) 시안(西安) 무역관장은 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일대일로가 진전되면 한국으로서는 유럽으로 최단거리의 물류 통로가 생기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시안은 중국 역사상 가장 화려한 제국으로 꼽히는 당나라(7~10세기) 시기의 수도이자 일대일로의 중심도시다.
그는 “인프라 투자에만 약 800조원의 막대한 투자가 기대되고 있지만 이런 프로젝트 대부분 중국 대형 기업들이 독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다만 일대일로 연선국들 사이에 중국 기업 독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만큼 한국 기업들이 충분히 해 볼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기업보다 경쟁력이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프로젝트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한국 기업들은 특히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들이 장점인 만큼 중국 기업과 컨소시엄 구축을 통한 공동 프로젝트 수주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내 낙후지역으로 꼽히는 서부 내륙에 주목할 것을 강조했다. 황 관장은 “서부 내륙시장은 아직 선진국들의 진출이 더딘 편이라 경쟁이 덜 치열하다”며 “우리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진출해 시장 선점 효과를 노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칫 잘못하다 한국이 주요 사업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잊지 않았다. 황 관장은 “지금까지 나온 계획을 보면 육상 실크로드는 중국 시안을 출발점으로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해상 실크로드는 중국 취엔조우를 기점으로 인도양, 중동, 아프리카로 연결한다”며 “중국 입장에서는 서쪽 지역을 중시하는 정책으로 우리가 소외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고대 실크로드가 로마에서 출발해 동쪽으로 신라 서라벌과 일본 교토까지 연결되면서 동서를 잇는 무역로이자 문화의 길이 된 것처럼 우리 정부는 일대일로가 한국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관장은 “한국, 일본까지 연결돼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통로로 기능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명분을 중국에도 이해시켜야 한다”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도 주요 참여국 중 하나로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북문제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대일로가 예상보다 빨리 속도를 내고 있지만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북한과의 긴장 국면이 해소되지 않으면 한 발짝도 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이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일대일로 연선국들의 중국 경제권으로의 급속한 편입도 걱정되는 부분”이라면서 “중국의 막대한 투자에 연선국들의 인프라 건설이 추진되면 사회 기반 시설 자체가 이른바 중국 표준으로 일방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과 이런 중국 기업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