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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등 탈핵 환경단체의 초청으로 우리나라를 찾은 일본 후쿠시마 주민 니시카타 카나코(36)씨는 8일 오후 서울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칼슨홀에서 이같이 털어놓으며 살아남은 사람들의 아픔을 전했다.
결혼 후 후쿠시마 원전 1호기의 반경 50㎞ 거리에서 생활했다는 카나코씨는 정부의 대피 명령에 보호소에 잠시 거주하다 두 아이의 건강을 생각해 도쿄로 이사한 상태다. 방사능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자동차 번호판에 쓰여 있는 후쿠시마는 지우지 못했다. 그 결과 주유소에서는 진입 거부를, 식당에서는 주차 거부를 당했다고 털어놨다.
그녀는 이 모든 게 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고 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정한 일반인의 피폭한도는 기존 1mSv(밀리시버트). 일본 정부는 사고 직후 기준을 10mSv로 올렸고 다시 아이 어른할 거 없이 20mSv로 높였다. 후쿠시마 주변지역에서 10mSv를 초과하는 방산성량이 측정되자, 이를 상향 조정하며 어른에게도 위험한 수치를 어린이에게까지 적용한 것이다.
여기에 20년간 체르노빌 피폭자를 치료하며 명성을 얻은 나가사키대학의 야마시타 준이치 교수까지 공개석상에 나서 “임산부를 포함해 100mSv까지 안전하다”고 국민을 안심시켜온 것이 화근이 됐다. 사고 원전과 30㎞ 떨어진 곳에서 귀 없는 토끼가 태어나는 등 내부피폭으로 추측되는 2세 가축의 기형이 발견되자 국민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카나코씨는 “전문가가 거짓말을 할리가 없다고 믿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먹을거리에 대한 불신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일본 채소 방사능 기준치는 1000Bq(베크렐), 달걀은 500Bq, 우유는 200Bq이다. 카나코씨는 “이 기준은 핵전쟁으로 제대로 먹을 게 존재하지 않아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기준”이라며 “이런데도 정부는 안전하다고 안심시키기에 분주하다”고 지적했다.
후쿠시마사고 이후 일본 여기저기에서는 매일같이 탈핵 집회가 열리고 있다. 카나코씨는 “어릴 때부터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면 안 된다고 교육받아왔던 국민이 정부를 변화시키기 위해선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며 “그 움직임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무관심을 그만두는 것이 세계를 변화시키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두 번 다시 이러한 슬픔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