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진섭·윤도진기자] 올해 대형 건설사들은 아파트 사업에서 택지 매입부터 인허가, 시공까지 일괄 책임지는 자체사업 비중을 늘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원가 공개 등 시장환경이 바뀌는 상황에서 단순 도급공사만으로는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건설사 자체사업 강화에 총력 = GS건설(006360)은 최근 향후 3년 내 주택사업에서 자체사업 비중을 30%까지 늘릴 계획으로 올해 주택용지 비용 등으로 3000억원을 책정했다. 이를 위해 작년 9월 아파트 사업부지 확보를 전담할 자체 사업 1,2팀(13명)을 신설했고, 올해 이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GS건설은 그동안 수원 금곡, 부산 용호동 메트로시티 등 자체 사업을 벌여왔지만, 최근 들어 자체 사업 비중이 낮아진 상태다. GS건설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원가 공개를 앞두고 시행사로부터 도급을 받아 시공만 해서는 적정 수익을 낼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자체 사업 비중을 늘리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047040)도 주택사업 2팀 내 용지 구매 담당 조직(4명)을 신설했다. 자체 사업을 늘리기 위한 포석이란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박창규 대우건설 사장은 신년사에서 "분양가 규제로 기존 시공 사업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며 "자체 사업을 위한 택지 매입을 강화하고 공공. 민간 공동사업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림산업(000210)도 지난해 12월 이용구 회장 취임과 동시에 디벨로퍼 성격의 투자개발실을 신설했다. 투자개발실은 지난해 말 안양시 평촌동 동일방직터 6000평 매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착수했다.
대림산업은 "내년에 300가구 분양을 시작으로 주택 뿐만 아니라 뚝섬, 세운상가 4구역 복합단지, 골프장, 콘도미니엄, 테마파크 등 다양한 부문에서 자체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건설도 7명으로 구성된 사업개발팀이 김포 향산 등에서 자체 사업을 벌이기 위한 활동에 나서고 있다.
주택부문에서 매년 30-40%의 자체 사업을 벌이고 있는 현대산업개발과 롯데건설도 자체사업 용지 매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마산 신포아이파크 780가구 등 자체 사업을 계획 중인 현대산업(012630)개발은 추가 부지 확보를 통해 매년 40%대의 자체사업 비중을 유지할 계획이다.
이밖에 중견건설사인 월드건설도 용지팀을 기존 1·2팀(총 8명)에서 3팀(총12명)까지 늘려 분양성 좋은 부지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벽산건설도 폐지했던 용지 매입팀 부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사업 왜 늘리나 =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위기에 몰렸던 대형 건설사들은 보유 토지 등을 대거 매각하고, 위험 부담이 적은 단순 도급공사에만 치중해왔다. 대신 택지 개발과 사업기획 등은 시행사가, 아파트 분양 및 마케팅 등은 분양대행사가 맡는 분업형태가 정착돼 왔다.
그러나 분양가 상한제, 원가 공개가 이뤄지면 사업을 포기하는 시행사가 늘게되고 건설업체 일감도 줄게돼,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자체사업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또 자체사업이 도급공사에 비해 수익성이 낫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실제 건설사들이 순수 도급만 할 경우 이윤율은 5% 안팎에 그치지만 직접 시행하면 최소 10% 이상으로 늘어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앞으로 민간개발 택지가 줄고, 공공택지가 늘어나는 것도 자체 사업 비중을 늘리는 배경이다.
하지만 건설사들의 자체사업 비중 확대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건설사가 토지 매입에 나설 경우 땅값이 더 오를 수 있고, 토지매입 비용으로 재무구조가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막대한 손실을 고스란히 떠 안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외환위기 때 건설사들이 무더기로 무너진 데는 자체사업을 위한 막대한 토지 매입도 원인”이라며 “자체사업은 고수익 고위험인 만큼 아파트시장이 침체될 경우 위험부담이 크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