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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성과의 중심에는 한전원자력연료라는 기관이 있다. 원전을 이야기하면 한국수력원자력이나 한국전력을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원전은 안정적인 핵연료 공급 없이는 가동될 수 없다. 아무리 우수한 원자로를 갖추더라도 핵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지 못하면 원전 산업의 경쟁력도 유지하기 어렵다. 원전의 경쟁력은 발전소 건설뿐 아니라 핵연료 공급망까지 포함하는 생태계 전반에서 결정된다.
한전원자력연료는 수십 년 동안 국내 원전용 핵연료를 설계·제조하며 기술력을 축적해 왔다. 고연소도 핵연료와 핵연료 집합체 제작, 품질관리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했고, 바라카 원전 핵연료 공급을 통해 국제 시장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해외 원전에 핵연료를 공급한다는 것은 단순한 수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원전은 수십 년 동안 운영되는 설비인 만큼 연료 공급 역시 장기간 안정성과 품질을 보장해야 한다. 한번 구축한 신뢰는 새로운 시장 진출의 기반이 되고, 반대로 신뢰를 잃으면 시장도 잃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기에는 국제 원전 시장의 경쟁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발전소 건설 능력이 경쟁력의 핵심이었다면 앞으로는 핵연료 공급과 사용후핵연료 관리, 유지보수까지 포함하는 종합 서비스 역량이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원전 수출 경쟁도 개별 설비가 아니라 원전 생태계 전체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원전 설계와 건설, 핵연료 제조에서는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분야는 여전히 제도적 제약을 받고 있다. 앞으로 핵연료주기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는 원전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한전원자력연료의 역할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핵연료와 사고저항성핵연료(ATF), 소형모듈원전(SMR)용 핵연료, 미래형 핵연료 제조기술 등 새로운 연구개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핵연료주기와 관련된 기반기술 축적과 전문인력 양성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문제는 투자 규모다. 세계 주요 원전국들은 정부 지원과 민간 투자를 병행하며 미래 원자력 기술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우리 역시 연구개발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기술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공개(IPO)를 하나의 선택지로 검토해볼 필요도 있다. 물론 핵연료 산업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분야인 만큼 공공성과 정부의 전략적 통제는 유지돼야 한다. 따라서 IPO는 민영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연구개발 투자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이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IPO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가 재정에만 의존하지 않고 미래 기술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 가운데 하나로 논의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상장 자체가 아니라 한전원자력연료를 국가 핵연료 산업을 이끄는 전략기업으로 육성하는 일이다. 연구개발 투자 확대와 전문인력 양성, 국제 공동연구, 미래 핵연료 기술 확보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
세계는 다시 원전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앞으로는 원전을 얼마나 많이 건설하느냐보다 핵연료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원전 생태계 전반을 지원할 수 있느냐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대한민국도 원전 건설 강국을 넘어 핵연료 경쟁력을 갖춘 원자력 강국으로 도약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한전원자력연료는 단순한 연료 제조기업이 아니라 국가 핵연료 산업을 이끄는 전략적 플랫폼으로 성장해야 한다.
핵연료 산업은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산업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미래를 준비한다. 핵연료주기를 완성하는 일 역시 마찬가지다. 그것은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 국가 전략을 함께 뒷받침하는 기반이며, 대한민국 원전 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다음 과제가 될 것이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특임교수/한국군사문제연구원객원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