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날 거 같았던 지방선거가 절묘한 균형점에서 막을 내렸다. 민심은 양적인 측면에서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중 더불어민주당에 12석을 몰아줘 지방권력까지 선사했다. 그러면서도 질적인 측면에서 이재명 정부의 오만한 독주에 제동을 걸면서 보수 재건과 재편을 위한 최소한의 공간은 남겨줬다. 상징성이 가장 큰 서울과 재보궐선거 최대 격전지인 부산 북구갑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시장과 한동훈 무소속 의원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각각 이재명 대통령이 픽한 정원오·하정우 민주당 후보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체제에서 공천을 받은 박민식 후보를 꺾었다.
선거 이후는 ‘해석의 투쟁’ 시간이다. 민심의 신호를 어떻게 해석할지를 두고 제2의 경쟁이 시작된다. 중요한 것은 민심을 오독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잘못된 평가는 또다른 선거 패배와 혁신의 기회 상실로 이어진다. 서울과 부산 북갑 선거는 제1야당을 이끄는 장동혁 지도부 승리가 아니다. 오 시장은 일찌감치 장동혁 대표 사퇴 및 쇄신을 촉구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자 철저하게 당과 거리를 두고 독자적으로 선거를 치렀다. 한 후보는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를 상대로 이겼다.
선거 결과를 리뷰하는 과정에서 지도부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 장동혁 대표는 ‘원톱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선거를 이끌었다. 광역단체장 기준으로 4년 전 17곳 중 12석을 이겼던 것과 달리 국민의힘은 이번에는 16곳 중 5석을 얻는 데 그쳤다. 문제는 장 대표가 당 안팎의 거취 결단 촉구를 ‘투표용지 부족 사태’ 해결을 내세우며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제 재선거는 더이상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고 주장했다. 국회 기자회견에서도 “거취에 관한 말씀을 하는 분은 올림픽 공원으로 나가보길 권해드린다”고 선을 그었다.
투표용지 부족 문제는 참정권을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이것으로 국민의힘이 살펴야 할 모든 문제를 덮을 수는 없다. 운동장은 철저하게 개혁돼야 하나 뛰어야 할 선수의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그렇다고 해석의 투쟁 과정이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한동훈 의원 복당과 지도부 책임 문제만으로 환원돼서도 안된다. 보수 재건은 더 큰 차원의 문제다. 2030년 대선 승리와 이의 전초전인 2029년 총선 승리라는 큰 틀에서 조명돼야 한다. 미중 패권 전쟁 시대와 인공지능(AI) 시대, 저출생 고령화 시대에 보수가 사회의 어떤 균열을 대표하고 대한민국을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장기적인 집권 플랜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거 결과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보수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교차할 수 있는 당안팎의 담론 형성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
일각에서는 당 대표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시각까지 나온다. “이제는 당대표 제도라는 정당지도 체제를 근본적으로 생각해야 한다”(최형두 국민의힘 의원)는 것이다. 미국처럼 당대표 자체를 없애자는 취지로 현재 대중정당 모델을 네트워크정당 모델로 바꾸자는 논의와 맥을 같이 하는 사안이다.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한 주제이지만, 이런 백가쟁명 속에서 보수의 미래가 구체화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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