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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당긴 콘텐츠 제작 혁신…창작자는 '사유'로 승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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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영 기자I 2025.12.08 06:00:00

[AI 콘텐츠 페스티벌 2025]① 컨퍼런스
'명량' 김한민 감독·송길영 작가 기조연설 나서
"AI, 역량 강화제로 활용…콘텐츠 깊이 더 할애해야"
정창익 CJ ENM 팀장 "AI, 타 기술과 연계로 시너지"

[이데일리 김보영 최희재 기자] “콘텐츠 창작자로 살아남으려면 인공지능(AI)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입니다. 대량 실업을 초래할 위기로만 인식할 게 아니라, 창작자의 역량과 영감을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AI 콘텐츠 페스티벌 2025’ 첫날 컨퍼런스에서 김한민 영화감독과 송길영 작가가 한목소리로 강조한 대목이다. 두 사람은 “AI 시대에 창작자가 경쟁력을 갖추는 유일한 방법은 콘텐츠의 개성, 철학의 깊이, 완성도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라고 조언했다.

김한민 감독이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AI 콘텐츠 페스티벌 2025’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AI 맞서 개성·철학 고민… 나만의 방식 구축해야”

올해 2회째를 맞은 ‘AI 콘텐츠 페스티벌 2025’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AI 기반 K콘텐츠의 최신 흐름을 공유하고 산업 확산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AI, 콘텐츠에 영감을 불어넣다’를 슬로건으로 지난 4~6일 사흘간 국내외 AI 콘텐츠 기업과 창작자 40여 팀이 참여해 △전시 체험관 △컨퍼런스 △AI 상영관 △크리에이터 미니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천만 영화 ‘명량’, ‘한산: 용의 출현’ 등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과 다음소프트 최고전략책임자(CSO) 출신의 송길영 작가는 컨퍼런스 첫날 기조연설자로 나서 ‘AI 시대의 콘텐츠 밸류체인 변화’를 주제로 강연과 패널 토론을 진행했다. 빅데이터 전문가인 송 작가는 데이터로 사람의 마음을 읽는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로 불린다.

김 감독은 AI 기반으로 제작 중인 공상과학(SF) 영화 ‘에덴’ 티저영상을 처음 공개했다. 그는 “이 이야기는 20년 전 구상했지만, 당시의 기술로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들어 영상화가 불가능했다”며 “AI 등장으로 20년간 묻어둔 기획을 꺼내 현실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엔 컴퓨터그래픽(CG)으로 크리처(괴물) 한 컷을 만드는 데 일주일이 걸렸다면, 지금은 창작자 한 명이 AI 도구로 한 시간 만에 영화 전체를 만든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반복적인 창작 노동은 머지않아 모두 AI가 대체할 것”이라면서도 “AI가 절약해준 시간만큼 창작자는 더 깊은 사유와 영감에 집중할 기회를 얻는다”고 언급했다. 송 작가도 “이젠 어떻게 AI에 맞서 우리만의 개성과 독창성을 추구할지 고민할 때”라며 “변화의 흐름에 유연하게 적응하면서 새로운 세상에 나만의 이야기를 전달할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길영 작가가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AI 콘텐츠 페스티벌 2025’에서 강연하고 있다.(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AI 단독 제작은 아직 불완전… 타 기술과 협업해야”

정창익 CJ ENM(035760) AI스튜디오 팀장은 ‘AI 시대의 새로운 협업 방정식’ 주제강연에서 애니메이션 ‘캣비기’, 영화 ‘M호텔’ 등 AI 콘텐츠 제작 사례를 소개하며 AI 제작의 장점과 한계를 설명했다.

그는 “AI 기반 제작은 촬영 없이 프롬프트로 이미지를 생성해 나가며 동시에 편집이 이뤄진다”며 “하지만 AI는 사고방식이 사람과 달라. 설명을 구체적으로 입력해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이미지의 연속성이 깨진다”고 말했다. CJ ENM은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기존 시각특수효과(VFX) 기술과 AI 툴을 연계 활용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AI 콘텐츠 생성 플랫폼 ‘캐럿’을 운영하는 장진욱 패러닷 대표는 “AI 시대에는 개인과 기업의 제작 역량이 비약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대표는 “이제 1명의 크리에이터도 고퀄리티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시대”라면서 “제작 자체보다 기획과 아이디어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고, 어떤 영상을 만들어도 비용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투자 기준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2년 전만 해도 AI 영상은 조악한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실제 영상과 거의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발전했다”며 “지금의 완성도만으로 판단하면 오히려 기회를 놓칠 수 있는 만큼, 미래 관점에서 AI를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AI 장편 프로젝트 ‘판테온’을 제작한 이진호 감독은 AI 시대에도 콘텐츠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사람의 판단과 감정이 작품의 완성도를 좌우하기에 사람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판테온’을 공동 제작한 이재효 감독은 “지금은 마치 서부 개척시대와 같다”며 “신대륙 같은 시장에 산업군이 다양하게 열려 있는 만큼, 이 흐름과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AI 콘텐츠 페스티벌 2025’ 컨퍼런스 기조 연설자로 참여한 김한민 감독(가운데)과 송길영 작가(오른쪽)가 패널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이상욱 한양대 교수(왼쪽)가 좌장을 맡았다.(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정창익 CJ ENM AI 스튜디오 팀장이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AI 콘텐츠 페스티벌 2025’에서 ‘AI 시대의 새로운 협업 방정식’을 주제로 강연 중이다.(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AI 장편 프로젝트 ‘판테온’을 제작한 이진호 감독(왼쪽)이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AI 콘텐츠 페스티벌 2025’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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