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서민 자산 형성’ 돕는다더니…개인투자용 국채, 현금부자가 쓸어가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김미영 기자I 2025.07.31 05:00:45

기재부, 작년 6월부터 개인투자용 국채 발행
올 3월, 5년물 신규 발행·1인 구매한도 2억 상향
5년물 1인당 청약금액, 상·하위 10%간 1365배 차
169명이 전체 발행액의 27% 배정받아
예정처 “중산층·서민의 자산 형성 지원 맞나”

[세종=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정부가 ‘서민과 중산층의 중장기 자산 형성 지원’을 목적으로 발행하는 개인투자용 국채를 소수의 현금부자들이 쓸어담고 있는 걸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3월부터 5년물 국채를 새롭게 발행하고 1인당 연간구매한도를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늘리면서 현금부자들 쏠림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30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발행이 시작된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개인투자용 국고채 10년물에 대한 1인당 평균 청약금액은 상위 10% 기준 7387만 5000원이었다. 이에 비해 하위 10%는 최소 청약금액인 10만원으로 격차가 738.8배에 달했다. 20년물은 상위 10%의 평균 청약금액이 4712만 5000원, 하위 10%는 10만원으로 격차가 471.3배를 기록했다.

올해 3월에 5년물 발행이 시작되고 1인당 연간 구매한도가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두 배 오르자, 청약금액의 ‘빈부격차’는 더 벌어졌다.

올 3~4월 5년물에 대한 1인당 평균 청약금액은 상위 10% 기준 1억 3650만원을 기록했다. 반면 하위 10%는 10만원으로 격차가 1365배였다. 10·20년물 투자자 간 격차보다 현격히 벌어진 셈이다.

5년물 국채의 등장에 10·20년물 인기는 줄었다. 10년물은 상위 10%의 1인당 평균 청약금액이 3월 8100만원, 4월 630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0년물도 같은 기간 3200만원에서 2700만원으로 줄었다. ‘장투’해야 하는 10·20년물보다 5년물로 청약이 집중되고 있단 의미다.

청약한다고 해서 모두 배정받는 건 아니다. 기획재정부는 청약 총액이 월간 종목별 발행한도 이내일 경우 청약액 전액을 배정하고, 발행한도를 초과하면 모든 청약자에게 기준금액인 300만원까지 일괄배정한 뒤 잔여물량을 청약액에 비례해 배정한다.

3월 기준, 5년물은 3679명이 1인당 평균 2146만 7000원을 배정 받았다. 이 가운데서 1억~2억원을 배정받은 이는 169명으로, 이들 배정액은 5년물 전체 발행액의 27.3%(215억 6700만원)를 차지했다.

5·10·20년물을 통틀어 보면 청약에 참여한 총 8444명 중 1억~2억원을 배정받은 이는 198명으로 이들이 전체발행액의 22.1%(265억 2800만원)를 차지했다. 수적으로는 2%에 불과한 투자자가 전체 배정액의 4분의 1가량을 쓸어갔다는 얘기다.

국채는 손실위험 없는 원리금 보장형에 금리도 예금보다 높아 ‘안전하고 쏠쏠한’ 투자처다. 8월 청약한 개인투자용 국채의 표준금리는 5년물 2.625%, 10년물 2.835%, 20년물 2.805%다. 여기에 만기를 채우면 0.5% 수준의 가산금리과 연복리가 적용되는데, 이자소득이 14%로 분리과세 돼 금융소득종합과세에서도 빠진다. 중도환매해도 원금보장에 이자를 준다.

현금 1억~2억원을 5년 이상 묶어둘 여력 있는 소수의 투자자가 국채 시장의 중심축으로 떠오르면서, 제도가 애초 도입 목적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정처는 “개인투자용 국채가 실제로 중산층과 서민의 중장기 자산 형성 지원 위주로 발행되고 있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서민·중산층의 접근성 제고 등 개선방안 모색을 주문했다.

(사진=연합뉴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