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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이 현실화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서초구 공문은 ‘민원 알림’ 형식이라서 강제성은 없다. 서초구가 이 민원을 접수하고서 민원 당사자인 재건축 조합에 알린 것이다. 이런 민원이 있으니 조합 측에서 앞으로 정비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 참고하라는 취지다.
주민 상당수는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어서 받아들일 여지도 작아 보인다. 해당 조합 측에서는 구에 반대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익명의 해당 단지 거주자는 “주민들은 평소 동네에 노숙자가 많지 않기에 시설이 불필요하다는 것보다, 앞으로 샤워 시설이 들어서면 단지 주변에 노숙자가 모일 것을 꺼린다”고 말했다.
노숙자 샤워시설 설치 요구 자체가 이례적이기도 하다.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체육시설이 기부채납시설로 들어서고 여기에 부대 시설로서 샤워실이 들어서기는 하지만, 사실상 특정인(노숙자)을 위한 시설이 요구되는 사례는 드물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숙자 샤워시설을 만들어달라는 기부채납 요구는 처음 들어 본다”고 말했다.
정비업계에서는 지자체와 조합 새 빈번한 기부채납 갈등이 오버랩된다는 반응이다. 앞서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이른바 ‘노치원’으로 불리는 데이케어 센터를 기부채납으로 들일지를 두고 조합원 반대가 심해서 사업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압구정3구역은 단지 내에 한강 북쪽과 닿는 보행교를 지어 기부채납하는 안을 두고서 조합원 반대가 거세다.
이럴 바에 기부채납 시설을 선점하는 조합의 주요 의사결정이 중요하다는 조언이 뒤따른다. 절대적인 기준은 없지만 조합원 의견을 종합해 활용 가치와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큰 시설을 우선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예컨대 문화·체육시설은 조합원이 이용할 수 있어서 선호 대상이지만, 건립 비용이 비싼 편이라서 조합원 부담이 커지는 측면이 있다. 과거 파출소와 소방시설은 치안과 안전 확보 측면에서 반겼지만, 소음과 번잡함을 유발할 수 있어서 꺼리려는 의견도 있다.
서울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우리 단지는 기부채납 시설로 체육시설을 짓겠다고 선제적으로 제안해 통과됐다”며 “기부채납은 피하지 못하니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시설을 들이는 게 차선이라는 데에 조합원 의견이 빠르게 모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