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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일대에서 그룹의 첨단기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글로벌R&D센터(GRC)를 짓고 있다. 연 면적 16만5300㎡(약 5만평) 규모에 지하 5층~지상 20층짜리 건물로 지어진다. 지난 2019년 착공해 올 하반기 준공을 목표하고 있으며 11월 말에 그룹의 주요 계열사가 입주할 예정이다.
그룹의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267250)를 비롯해 조선부문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009540), 로봇사업부문 현대로보틱스, 전기·전자사업부문 현대일렉트릭(267260) 등 주요 계열사 연구개발(R&D) 인력들이 입주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GRC에서는 제품 개발 관련 기초연구를 포함해 미래 신사업을 창출할 신기술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며 “5000여 명의 R&D 인력이 상주하며 그룹의 연구개발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GRC에는 현대중공업그룹이 핵심축으로 육성하고 있는 건설기계 계열사도 한데 모여 시너지 강화에 나선다. 건설기계 부문은 중간 지주사인 현대제뉴인을 필두로 그 아래 자회사로 현대건설기계와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있다. 그룹은 조선과 정유사업에 이어 건설기계까지 3대 핵심축으로 삼기 위해 지난해 8월 국내 1위 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現 현대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한 바 있다.
특히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이번 GRC 입주가 남다르다. 두산과의 ‘한지붕 두 집 살림’을 청산하고 현대중공업의 DNA로 정체성을 확립한다는 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본사는 공장이 있는 인천 동구지만 서울 조직이라 할 수 있는 사무와 연구인력 등 본사 직원 200여 명은 지난해 인수 이후에도 여전히 분당 ‘두산타워’(두산그룹 분당 신사옥)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 한 직원은 “인수 이후 계속 (두산과) 같은 건물에 남아 근무하다 보니 소속이 바뀌었다는 게 사실 크게 체감되지 않았다”며 “그러나 그룹사가 한데 모인다면 정체성 확립이나 기업 및 조직문화 형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두산은 영어를 많이 쓰고 현대는 한자를 많이 쓰는 등 두 기업 간 기업문화 차이가 있었지만 인수 이후 간극을 많이 줄였다는 후문도 있다.
건설기계 3인방은 GRC 한지붕 아래에서 영업망과 물류망을 공유하고 통합 구매와 부품 공용화 등 경영 효율화를 꾀할 계획이다. 또 각 사별 주력사업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친환경 건설기계 신소재와 장비 등의 R&D는 통합해 시너지를 높일 계획이다. 현대제뉴인은 산업차량(지게차)과 유압부품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현대건설기계는 굴착기, 로더 등 건설기계를,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건설기계에 더해 엔진사업까지 펼치고 있다.
미래 건설장비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건설 현장의 무인화와 탄소 중립 실현에도 머리를 맞댈 계획이다. 건설현장 무인화를 통해 공사 시간과 비용을 줄여 경제성을 높이는 한편 안전성도 대폭 개선하겠다는 목표다. 내년부터 전기굴착기 양산을 시작으로 배터리, 수소연료전지 등 친환경 제품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현대제뉴인 관계자는 “현대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2025년까지 그룹 내 건설기계부문 매출 10조원을 달성할 계획”이라며 “글로벌 시장점유율도 양사 통합 2021년 2.7%에서 2025년에는 5%까지 높여 전 세계 시장점유율 5위에 오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