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항지 넘어 국내 모항으로…크루즈 여행 더 쉬워진다

김형욱 기자I 2018.10.31 08:00:49

내년 인천서 10만t급 크루즈 두 차례 출항
부산·속초 등 모항 유치 위해 터미널 정비
정부, 내수시장 활성화 기대감에 지원사격
관건은 국내 여행 수요…“고소득층 잡아야”

이탈리아 선사 코스타크루즈의 코스타 세레나호. 롯데관광개발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해양수산부는 지난 8월 추석 때 10만2000t급 크루즈 ‘코스타 포츄나호’를 6박7일 동안 체험할 100명을 모집했다. 6만5000여명의 신청자가 몰려 경쟁률 650대 1을 기록했다. 크루즈 관광 불모지인 한국에서도 그만큼 잠재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크루즈 업계가 이 같은 잠재 수요에 대한 기대감 속에 국내 모항을 둔 크루즈선 운영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정부도 내수시장 활성화, 나아가서는 국내 크루즈 산업 발전의 기반을 다지고자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잠재 수요에 국내 출항 대형 크루즈선 증가세

롯데관광개발(032350)은 내년 4월과 10월 이탈리아 선사 코스타크루즈의 코스타 세레나호을 인천항에서 띄우기로 하고 내년 4월 출항 티켓 사전 예매에 나섰다. 10월 티켓도 내년 3월부터 예매할 계획이다.

코스타 세레나호는 올 5월 인천항에서 승객 2825명을 태우고 일본, 타이완을 여행한 11만4000t급 대형 크루즈선이다. 국내 항만을 모항으로 출항한 크루즈선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2010년부터 국내에서 5만~7만t급 전세선을 운영해 온 롯데관광이 국내 수요 확대 가능성을 보고 대형 크루즈 전세선 운영을 확대한 것이다. 운항 차수도 1~2회에서 내년에는 5회까지 늘리기로 했다. 부산~일본 여객선(카페리) 운항사인 팬스타엔터프라이즈(054300)도 코스타크루즈와 손잡고 내년 부산에서 5만7000t급 전세선 크루즈를 띄운다는 목표로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항만을 모항으로 출발하는 크루즈선은 2015년 2항차에서 2016년 16항차, 2017년 54항차로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는 다소 주춤하지만 이 추세라면 내년에는 다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2월 코스타 세레나호가 탈 사람을 모집하지 못해 하루 전 출항이 취소됐던 걸 생각하면 불과 1년 반 만에 크루즈 관광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었다는 걸 보여준다.

◇주요 항구도 기항 넘어 모항 유치전 열 올려

인천과 부산, 속초, 여수, 제주 등 주요 항만도 크루즈 기항은 물론 모항을 유치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인천항만공사는 내년 4월에 현존하는 최대 크루즈선인 22만5000t급 크루즈도 정박할 수 있는 크루즈 전용 터미널 운영을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운영하는 2020년에는 연 40만명이 크루즈선을 타거나 크루즈선에서 내려 관광하기 위해 이곳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천공항과 가깝다는 이점을 활용해 연계 관광도 모색하고 있다.

부산항도 올 9월 22만5000t급 크루즈가 댈 수 있도록 확장 공사를 마쳤다. 속초항도 올해 10만t 이상급 대형 크루즈 선박 입항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들이 크루즈선 전용부두와 여객전용터미널을 확충하기 시작한 건 중국·일본 등 국제 크루즈의 기항을 더 많이 유치하는 동시에 모항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크루즈선이 입항하는 것만으로도 1000~3000명의 관광객의 방문 효과가 있지만 모항을 유치하면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 효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진다.

지난 9월21일 속초항에 입항한 10만2587t급 대형 크루즈 코스타포츄나호가 크루즈부두에 정박해 있다. 연합뉴스 제공


◇전 세계 크루즈 관광객 2520만…한국은 4만명뿐

우리나라는 지금껏 크루즈 여행의 불모지였다. 지난해 내국인 크루즈 수요는 4만명. 그나마도 대략 절반은 해외에서 출발하는 해외 관광 수요로 추산된다. 정부와 국내 크루즈 업계는 10년 전부터 빠르게 성장하는 크루즈 산업에 뛰어들려고 시도했으나 번번히 실패했다.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은 호텔 수준의 숙박시설과 수영장 등 위락시설을 갖춘 크루즈와 단순 이동 목적인 여객선(카페리)을 혼동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세계 크루즈 수요는 아시아,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크루즈 인더스트리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올해 전망 자료에 따르면 크루즈 관광객 숫자는 2009년 1780만명에서 지난해 2580만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2720만명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크루즈 관광객은 지난해 470만명에서 올해 510만명으로 17% 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산업이 창출하는 고용과 관광산업의 경제적 효과는 1260억달러(약 143조원)다. 전 세계 380대의 크루즈선이 내고 있는 시너지 효과다.

◇“고소득층 해외 소비 국내로 돌릴 서비스 개발해야”

국내에서도 크루즈 관광이 활성화하면 내수 경기를 부양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NABO)는 올 7월 리포트에서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려면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는 해외 소비를 국내로 돌릴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해양수산부도 단순히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기항 유치와 함께 모항 유치, 이를 위한 국내 크루즈 수요 확대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크루즈 체험단 운영을 확대하고 공기업과 함께 크루즈 관광 활성화를 모색하는 게 대표적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앞선 리포트에서 “우리나라 크루즈 산업이 성장하려면 크루즈 기항 관광 유치에 그치지 않고 내국인 크루즈 관광 활성화를 통해 모항을 유치하고 나아가 국적 크루즈 선사를 육성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2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올 5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싱가폴에서 푸켓을 가는 크루즈 관광상품에 한국 사람이 연 6000명 정도 탄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며 “혁신에는 4차산업혁명이나 인공지능(AI)뿐 아니라 서비스 산업 혁신도 있다”며 크루즈 산업 활성화 의지를 밝혔었다.

세계 크루즈 관광객 증가 추이(단위=백만명). 크루즈 인더스트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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