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이연호의 과학라운지]④인간과 개의 공존의 역사…'길들여짐'이란?

이연호 기자I 2018.08.11 16:44:31

인류, 다른 동물보다 월등히 빠른 약 3만년전부터 늑대 길들여 개로
현 인류 조상 호모사피엔스, 공감 능력 탁월…공동 이익 위해 늑대와 협력
눈빛으로 의사소통 가능한 동물 늑대 길들여

[편집자주]최근 서울대 공대가 내년부터 신입생 중 고등학교 때 물리Ⅱ를 배우지 않은 학생들은 ‘물리학 기본’ 수업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물리학 등 기초과학에 대한 준비를 못 하고 대학에 들어온 신입생들이 물리학 강의를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학 측이 물리학 기초 교육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수학, 화학, 물리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 중요성은 점차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기초과학은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져 피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기초과학의 세계에 쉽고 재미있게 발을 들여 보자는 취지로 매주 연재 기사를 게재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전국 초·중·고등학생 대상 과학 교육 프로그램인 ‘다들배움’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과학커뮤니케이터들과 매주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중 재밌는 내용들을 간추려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일러스트레이션 제공=이덕원 과학커뮤니케이터.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길들인다’는 게 뭐야? 어린 왕자가 물었다. ”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중략) ”어떻게 하는 건데?“ 어린 왕자가 물었다. ”참을성이 아주 많아야 해. 말은 하지 마. 말은 오해의 근원이거든. 그러나 날마다 조금씩 다가앉아도 돼. 넌 잊으면 안 돼. 네가 길들인 것에 영원히 책임을 져야 해. 넌 네 장미꽃에 책임이 있어.”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사막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길들인다’는 말의 의미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무수히 많지만 그 중 하나는 다른 동물들에 관심이 많다는 점이다. 우리는 말도 못하는 아이들이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거나 공원에서 아무런 대가 없이 비둘기들에게 모이를 주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다른 동물들과 먹이를 두고 경쟁을 벌여야 하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다른 동물들에게 이처럼 순수한 관심을 보이는 동물은 인간을 제외하곤 사실상 없다.

이 같은 특성을 지닌 인간은 무려 약 3만년 전부터 다른 동물들을 길들이기 시작했다. 그 첫번째 동물은 바로 개다. 생물학적으로 개는 독립된 종이 아닌 늑대의 일종이다. 인간은 사나운 육식동물인 늑대를 길들여 개로 진화시켰다. 현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대형 육식동물인 늑대와 식량을 두고 경쟁 관계에 있었다. 호모사피엔스는 육체적으로 완벽하진 않았지만 공감 능력이 뛰어났다. 소통과 협력의 의미를 알았다. 사냥감을 보다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획득하려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 늑대와 협력이 필요함을 알았고 이를 위해 길들이기를 시작했다.

이는 아프리가 원시 부족과 꿀잡이새의 역할 분담과도 같은 이치다. 아프리카 원시 부족이 꿀잡이새에 신호를 보내면 꿀잡이새는 순식간에 날아가 벌집의 위치를 찾아낸다. 그 다음 꿀벌과의 싸움은 원시 부족의 몫이다. 이렇게해서 얻어진 벌꿀을 원시 부족은 꿀잡이새와 나눈다.

사진 제공=이덕원 과학커뮤니케이터.
인간은 늑대를 개로 길들인 이후 약 9000년 전부터 소, 염소, 양, 돼지 등을 차례로 길들이기 시작한다. 개와 나머지 동물들의 길들임 역사가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인간과 육체적으로 가장 비슷한 동물은 같은 과인 영장목 사람과(Hominidae)에 속하는 고릴라, 침팬지, 오랑우탄 등 대형 유인원들이다. 하지만 인간은 이들과 달리 눈에 흰자위가 있다. 이런 이유로 시선의 이동이 멀리서도 쉽게 드러난다. 흰자위가 많은 눈은 눈의 본래 기능인 시력이 떨어지는 대신 의사소통 능력엔 탁월한 특징을 갖는다. 침팬지는 인간이 고개와 시선을 반대 방향으로 하면 시선을 따라오지 못한다. 반면 시선을 고개와 반대 방향으로 했을 때 그 시선을 따라오는 동물이 바로 개다. 눈빛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동물인 것이다. 바로 인간과 개가 수만년 전부터 같이 살아 온 이유다. 도움말=이덕원 과학커뮤니케이터(수의사).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