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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무수히 많지만 그 중 하나는 다른 동물들에 관심이 많다는 점이다. 우리는 말도 못하는 아이들이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거나 공원에서 아무런 대가 없이 비둘기들에게 모이를 주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다른 동물들과 먹이를 두고 경쟁을 벌여야 하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다른 동물들에게 이처럼 순수한 관심을 보이는 동물은 인간을 제외하곤 사실상 없다.
이 같은 특성을 지닌 인간은 무려 약 3만년 전부터 다른 동물들을 길들이기 시작했다. 그 첫번째 동물은 바로 개다. 생물학적으로 개는 독립된 종이 아닌 늑대의 일종이다. 인간은 사나운 육식동물인 늑대를 길들여 개로 진화시켰다. 현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대형 육식동물인 늑대와 식량을 두고 경쟁 관계에 있었다. 호모사피엔스는 육체적으로 완벽하진 않았지만 공감 능력이 뛰어났다. 소통과 협력의 의미를 알았다. 사냥감을 보다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획득하려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 늑대와 협력이 필요함을 알았고 이를 위해 길들이기를 시작했다.
이는 아프리가 원시 부족과 꿀잡이새의 역할 분담과도 같은 이치다. 아프리카 원시 부족이 꿀잡이새에 신호를 보내면 꿀잡이새는 순식간에 날아가 벌집의 위치를 찾아낸다. 그 다음 꿀벌과의 싸움은 원시 부족의 몫이다. 이렇게해서 얻어진 벌꿀을 원시 부족은 꿀잡이새와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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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육체적으로 가장 비슷한 동물은 같은 과인 영장목 사람과(Hominidae)에 속하는 고릴라, 침팬지, 오랑우탄 등 대형 유인원들이다. 하지만 인간은 이들과 달리 눈에 흰자위가 있다. 이런 이유로 시선의 이동이 멀리서도 쉽게 드러난다. 흰자위가 많은 눈은 눈의 본래 기능인 시력이 떨어지는 대신 의사소통 능력엔 탁월한 특징을 갖는다. 침팬지는 인간이 고개와 시선을 반대 방향으로 하면 시선을 따라오지 못한다. 반면 시선을 고개와 반대 방향으로 했을 때 그 시선을 따라오는 동물이 바로 개다. 눈빛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동물인 것이다. 바로 인간과 개가 수만년 전부터 같이 살아 온 이유다. 도움말=이덕원 과학커뮤니케이터(수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