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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개미' 사태 장기화 조짐..풀지 못한 3대 미스터리(종합)

최훈길 기자I 2017.10.04 13:00:00

①유입 경로 오리무중
②추가 확산 가능성
③여왕 독개미 못찾아
"정밀조사, 철저한 방역해야"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살인 개미’로 알려진 독개미(붉은 불개미) 사태가 미궁에 빠졌다. 독개미가 발견된 지 4일로 1주일째가 됐지만 유입 경로, 추가확산 가능성, 여왕 독개미의 생전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추석연휴 추적조사가 실패할 경우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도 있어, 정부의 철저한 방역 대책이 필요할 전망이다.

4일 농림축산검역본부,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부산항 독개미 발생지점에서 길이 45m, 폭 1m, 깊이 60~65cm로 굴착 작업을 실시했지만 독개미는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부산항 감만부두 컨테이너가 놓인 아스팔트 틈새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이후 독개미는 종적을 감췄다. 일각에선 모두 박멸됐을 기대감도 내비치지만 사체가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다.

◇유입 경로..DNA·컨테이너 검사 관건

‘살인개미’로 불리는 독개미(붉은 불개미). [사진=농림축산검역본부]
정부는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유입 경로다. 현재 어느 국가로부터 유입됐는지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어느 나라에서 유입됐다고 특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유입 경로는 역학조사팀들이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항만공사는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감만부두에 놓인 컨테이너 발송지, 도착지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목록이 만들어지면 검역본부 등은 독개미가 발견된 지점 부근의 컨테이너부터 역추적해 유입 경로를 일일이 확인할 예정이다.

DNA 검사도 진행 중이다. 이는 감만부두에서 발견된 독개미의 DNA와 해외 독개미의 DNA를 비교하는 작업이다. 앞서 올해 초 일본, 호주 등지에서 독개미가 발견됐다. 북미에서는 한 해 평균 100여명이 붉은 독개미에 쏘여 사망했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컨테이너 추적조사, DNA 분석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밝혀,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확산 여부..22개 항만 조사 착수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들이 3일 오후 부산시 남구 부산항 감만부두 컨테이너 야적장에 굴착기, 삽 등으로 아스팔트를 걷어낸 뒤 소독 작업, 독개미 확인 작업을 진행했다. 여왕 독개미를 비롯한 독개미가 추가로 발견되지는 않았다.[사진=연합뉴스]
두번째 미스터리는 확산 가능성이다. 현재까지 독개미가 박멸됐는지, 추가로 확산됐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정부는 오는 12일까지 발생지역인 부산항 감만부두 컨테이너가 놓인 야적장 곳곳을 일제조사하기로 했다. 독개미가 부산항 이외 지역에서도 유입됐을 가능성에 대비해 3일부터 전국 22개 항만에 조사 장비(예찰 트랩)를 설치하는 등 추가조사에도 나섰다.

22개 항만은 부산항 감만부두, 영도항, 진해항, 통영항, 장승포항, 옥포항, 고현항, 영흥화력 내 항구, 당진항, 당진화력 내 항구, 대산항, 태안항, 동해항, 옥계항, 울산항, 온산항, 영일만항, 포스코광양항, 화동화력 내 항구, 삼천포항, 여수항, 보령화령 내 항구다. 이곳은 해외에서 컨테이너가 유입되는 곳이다.

야당에서는 추가확산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은 “몇 개월 전부터 일본, 중국 등에서 붉은 독개미의 확산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며 “대한민국이 전 세계 각 지역의 화물이 드나드는 세계적인 무역국임을 감안하면 붉은 독개미와 같은 유사한 해충이 언제든지 유입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왕 독개미..이동했나, 죽었나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독개미를 발견하였을 경우 농림축산검역본부로 신속히 신고(054-912-0612)해달라는 안내문을 배포했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독개미에 쏘인 경험이 없어도 벌 독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은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며 “쏘이게 될 경우에는 안정을 취하고 급격히 신체에 변화가 생기는 경우에는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여왕 독개미가 발견되지 않는 점도 미스터리다. 지난달 29일 독개미 1000여 마리가 있는 개미집을 발견했지만 여왕 독개미는 없었다. 3일 굴착 작업까지 진행했지만 여왕 독개미를 찾지 못했다. 여왕 독개미가 이동했거나 죽었을 가능성이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환경부,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 부산시, 국립생태원은 지난 2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여왕 독개미 생존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관계부처는 3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열린 차관회의에서 △4일부터 경기도 의왕·경남 양산 등 내륙 컨테이너기지 두 곳에 조사 장비(예찰 트랩) 추가 설치 △전문가 집단을 4명에서 10명으로 확대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조사와 방역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며 여왕 독개미에 대한 추적조사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일본 사례처럼 여왕 독개미가 끝까지 발견되지 않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스터리를 제때 풀지 못하면 독개미 공포가 계속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정밀한 조사와 철저한 방역 대책이 해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황주홍 의원은 “주변 국가들도 독개미에 대한 광범위하고 철저한 방역을 실시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관련 당국이 근원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예종 부산항만공사 사장은 “광범위한 조사를 지원해 근원적인 해결 방안이 마련되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독개미=독개미(붉은 불개미·Red imported fire ant)는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것으로 몸 속에 강한 독성 물질을 가지고 있다. 날카로운 침에 찔리면 심한 통증과 가려움증을 동반하게 된다. 심하면 현기증과 호흡곤란 등의 과민성 쇼크 증상을 유발한다. 북미에서는 한 해 평균 8만명 이상 독개미에 쏘이고 100여명이 사망해 ‘살인 개미’로도 불린다.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은 세계 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으로 이를 지정했다.

※독개미 예방·치료법=개미에 물려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성묘·등산 등 야외활동 시 긴 옷을 입고 장갑을 착용하는 게 필요하다. 바지를 양말이나 신발 속에 집어넣고 곤충기피제(DEET 등 포함)를 옷이나 신발에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만약 개미에 물리거나 벌에 쏘인 후 이상 증상이 생긴 경우에는 즉시 병원 응급진료를 받아야 한다. 연휴기간 동안 문을 연 의료기관은 보건복지콜센터(국번없이 129) 및 119 구급상황 관리센터(국번없이 119)에 전화를 걸면 안내해준다. 붉은불개미를 발견하면 농림축산검역본부로 신속히 신고(054-912-0612)하면 된다.

`살인개미` 붉은 독개미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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