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신산업 등을 감안해 전기요금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할 것”이라며 “현재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여름에 했던 한시적 할인제도는 검토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주 장관은 올해 들어 이날 처음으로 이 같은 전기료 인하 가능성을 언급했다.
◇주형환 장관, 2월엔 “여름철 할인 검토”
지난해 산업부는 주택용 전기의 경우 냉방 수요가 많은 7월부터 9월까지 누진제 구간을 현행 6개에서 5개로 줄여 요금을 인하했다. 누진제 4단계 전기요금(월 사용량 301~400㎾h)과 3단계 전기요금(201~300㎾h)을 통합하면 4구간 요금을 내는 가구는 3구간 요금을 내 전기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약 520만 가구(작년 기준)가 월평균 7800원(월평균 전기 사용량 350㎾h 가정 기준)의 전기료 부담을 덜 수 있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도 주 장관 발언 직후 “지난해 여름처럼 올해도 3개월간 전기요금을 인하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작년 기준·방안을 중심으로 논의해 올해 6월께 인하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정책 방침은 5월까지도 이어졌다. 우태희 2차관은 4월 6일 간담회에서 “작년 여름에 한시적으로 주택용 구간을 4구간을 3구간으로 해 누진제 완화 방안을 한시적으로 실시했다”며 “금년에도 이를 실시해 전기료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력진흥과 관계자도 5월 초 “주택용 전기요금 하계 누진제 완화(3~4구간 통합)에 대해 올해 다시 시행할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산업부는 돌연 이 방안을 백지화했다. 산업부는 지난달 14일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 및 대책’ 브리핑을 하면서 “올 여름철에 누진제 완화나 한시적 전기료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산업부가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라고 풀이한다. 누진제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완화할 경우 주 장관 취임 이후 추진해 왔던 프로슈머 정책 등 에너지신산업 정책 상당 부분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누진제 개편땐 대통령 보고 정책 ‘백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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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슈머 정책은 현행 누진제를 토대로 설계됐다. 누진제는 6단계에서 1kWh당 사용요금이 1단계와 비교해 11.7배(한전 추산 누진율)나 높다. 이 같은 누진제로 인해 요금 부담이 많은 가구가 프로슈머 정책의 대상자다. 그러나 현행 누진제가 개편되면 이 같은 사업구조가 유명무실해진다.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은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이 같은 기형적인 전기요금 체계 하에서는 신산업이 성장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산업부 관계자는 “전기요금 수준이 OECD와 비교해 너무 낮고 에너지신산업 육성을 위해선 (전기료 인하보단) 투자가 필요하다”며 “프로슈머 정책은 요금체계를 바꾸지 않고도 누진제 부담을 줄이면서 신산업을 키우는 창조적인 대안”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한시적 인하 방안을 철회한 이유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정책 기조의 시그널을 강하게 표현할 필요가 있었다”며 “지난해 한시적 할인 사례가 정책 일관성에 안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 장관은 지난 1월 윤상직 장관(현 새누리당 의원)에서 주형환 장관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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