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이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다. 정치가 주는 감동이 올림픽의 감동에 훨씬 못미치는 데, 원 의원이 생각하는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의 핵심은 국가의 운영이다. 권위주의 시대엔 공권력 물리력 또는 경제력 조직력으로 국가를 운영했다. 민주화가 된 이후엔 물리적인 수단이나 금권력 계파의 영향력이 줄어들었다. 대신 합의나 갈등을 조정하는 기능이 훨씬 중요해졌다. 시장경제와 민간의 파워가 커지면서 소통과 화합, 갈등조정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에 걸 맞는 정치의 성숙과 진화가 안 이루어지고 있다는 거다. 심각한 지체현상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정치 수준과 실제 정치 수준이 맞지 않는 데 따른 파열음이 나고 있다.”
-원의원이 정치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치는 현실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수단이다. 내가 정치를 하는 이유는 현실을 바꿔보고 싶어서다. 정치를 어떤 방향으로 바꾸고 싶으냐고? 과거에 머무르는 진보, 구태의연하고 이기적인 보수를 벗어나 개혁적인 보수가 내가 추구하는 가치다. 시장경제를 보완할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적 양극화에서 약자들을 배려하는 자본주의, 이런 가치들이 우리사회의 주류로 서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사회의 진보와 보수간의 간격이 넓다고 보나.
“간격이 넓다 좁다를 떠나서 보수든 진보든 견해가 다르면 적대시하는데, 이런 정치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치적 견해가 서로 다른 것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이해하면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 개혁적인 보수와 합리적인 진보가 번갈아가면서 집권하면서 상호보완 할 수 있는 생산적인 정책경쟁 관계로 가야 한다. 그래야 정치가 한 단계 성숙하고 발전한다. 그런 부분에서 내 역할이 있다.”
-지금 말한 것이 보수내에서의 개혁인가 아니면 보수도 진보도 아닌 제 3의 길인가.
“큰 틀에서 보면 보수의 개혁파다. 단 보수의 장식품은 아니다. 보수가 자신을 치장하기 위한 장식품 정도로 생각한다면 그건 긴장관계가 성립된다. 글로벌하게 보면 개혁적 보수일 것이고 한국 내에서 보면 중도에 가깝다. 어차피 노선이란 상대적인 거니까.”
-개혁적 보수라는 노선은 상품성이 높은 가치인데, 그런 이미지 메이킹은 의도한 것인가.
“물론 의도된 이미지다. 그러나 단순한 이미지 정치가 아니라 오랜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가치는 개혁적 보수라는 자기확신이 있다. 개혁적 보수라는 가치는 여전히 보수내에선 비주류다. 이를 보수내에서도 주류(메인 스트림)가 될 수 있도록 정치적 힘을 합하는 것이다. 내가 정치하는 마지막까지 이런 노선 유지할 것이고, 현재도 일관되게 걷고 있는 길이다.”
-여당내 야당이란 이미지 좋은 데, 너무 여기에 안주하는 것 아닌가.
“개혁적 보수라는 가치, 양보할 생각 전혀 없다. 보수 내 반공 기득권세력과는 타협할 생각 없다. 그렇다면 영원히 비주류 하겠다는 것이냐. 그건 아니다. 개혁적 보수가 주류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반사적 반대파는 아니며, 잠재적 주류로서의 의식이 명확하다. 나아가 남북통일, 세계화속에서의 양극화, 한국의 자본가와 중산층의 이해관계도 개혁적 자본주의가 주류가 돼야만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당내에선 소수라고 하니까, 당내 정치의 어려움도 있을 것 같다.
“개혁적 보수파는 한나라당내 소수다. 이명박 정권을 창출했던 주도세력들은 자신들이 개혁파라고 하고, 박근혜측도 자신들이 개혁파라고 하는데. 어쨌든 뉴라이트와도 논쟁할 수 있는 세력을 개혁파로 본다면 약 20명 내외다. 10% 정도의 소수지. 어려움을 너무 숙명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변화의 가능성 믿고 있다. 한나라당도 그간 많이 변했다. 그렇지만 영남주도권이라든지, 반공 보수의 자기 패권주의는 변하지 않았다. 진보에 대해 적대시하는 것이라든지 시대 변화의 적극적인 의미파악 등에선 적응 못하고 있다. 이걸 바꾸려면 세대교체와 맞물릴 수밖에 없다. 조급해 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났다. MB정부에 대해 평가해본다면.
“정부의 목표, 철학, 가치 이런 것들을 설정하는 힘이 좀 약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예를들어 반부패, 투명성, 공정성, 법치 이런 가치들은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추구해야 하는 가치인데, 이런 어젠다를 설정하지 못했다. 잘못된 실용으로 돈만 되면 부패해도 된다 국민들이 이렇게 받아들이게 되고... 사실 여부를 떠나 국민들 상당수가 도덕적이지 않고, 공과사의 구분이 확실치 않은 권력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공권력이나 국가권력의 정당성을 소홀히 했는데 이걸 무시하는 의미에서의 실용, 이런 권력은 있을 수 없다.”
-전 정권 시절의 편가르기가 더 심해졌다는 지적도 있는데.
“사실 MB정부는 국민통합이란 관점에서 보면 좋은 조건에서 출발했다.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 국민들이 진저리를 낸 상태에서 MB에게 표를 몰아준 것 아닌가. 중도세력까지 안고갈 수 있는 기회였다. 노무현 정부의 핵심만 제거하면 되지, 외곽세력까지 다 적대시 할 필요 없었다.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잠재적인 지지세력에 적대적인 태도로 임했던 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국민통합이란 얘길 했을 때 반대세력이나 중간에 있던 세력들이 언행일치가 안된다고 생각하니까, 국민통합이란 화두를 놓쳐버렸다.”
-민주당이 국정의 파트너인데, 야당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아쉬운 점 많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지만 야당인 민주당도 통합을 끊임없이 추구해야 한다. 노무현 정권 시기에 분열이나 편 가르기에 대통령이 앞장서 버렸는데 여기에 국민들이 질려버렸다. 우리 국민들은 자신들은 분열하고 적대시하지만 리더나 정치집단에게는 통합을 요구하고 바란다. 두번째는 국민들로부터 무능하다고 인식됐다는 점이다. 사실여부를 떠나서 그렇게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겸손하지 않았다. 국민을 상대로 고집을 부리고 오만을 부렸다. 지금 민주당이 아무리 옳은 얘기를 해도, 국민들은 ‘그런가 보다’ 하지 자기 동일시를 하지 않는다.”
-MB정부의 대북정책 외교안보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외교안보 대북정책 쇠고기 등등. 남북관계나 미국 일본 관계 등은 누가해도 쉽지 않은 과제다. MB정부가 특별히 못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너무 방심하고 오만해져 중요한 이슈들을 조급하게 다루다가 실수했다. 그러면서 일 잘할 것이란 마지막 정당성까지 타격을 입었다. 게다가 인사 문제로 여론을 악화시켰다. 정권 초반에 대통령으로서도 상처를 입을 만큼 타격을 받았는데 전부 자업자득이다. 어려운 상황이나 외생변수라는 것은 항상 있다. 정치든 글로벌 경제든 언제나 삼각파도가 친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언제 태평성대가 있었나”
-정치인 원희룡의 꿈은 무엇인가.
“꿈은 집권이다. 개인의 집권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개혁적 보수가 주축이 된 집권을 포괄한다. 개혁적 보수라는 틀에 담겨있는 콘텐트로 국가를 최선을 다해 이끌어보고, 바톤을 넘겨주는 것이 꿈이다.”
<☞ 인터뷰 3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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