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세트 ‘성룡 + 코미디영화’ 정말 그랬을까

조선일보 기자I 2006.09.27 09:53:41

추석 영화에 대한 오해 혹은 진실
성룡, 1977년부터 30년간 15번 ‘방한’
설 합하면 ‘명절=성룡’ 공식 80% 육박 한국 코미디, 최근 5년간 흥행 휩쓸어

[조선일보 제공] 어느새 지천명(知天命)을 넘긴 성룡(52) 주연의 코믹 활극 ‘BB프로젝트’가 28일 전국에서 개봉하고, 추석 전 주 포문을 연 코미디 ‘가문의 부활’은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전국 125만 명)로 기선을 제압했다. 성룡 영화는 정말 추석 때마다 한국을 찾아왔을까. ‘명절에는 코미디’라는 충무로의 굳건한 믿음은 어디에 뿌리박고 있을까. 추석 영화에 대한 오해 혹은 진실, 그리고 아쉬움까지.



▲성룡 없이 추석 없다?

오해다.

하지만 출석률은 경이롭다. 1976년부터 시작하는 영화진흥위원회 개봉일람 통계에 성룡은 1977년 추석부터 등장한다. 추억의 ‘신 당산대형’. 하지만 역시 대중에게 새겨진 작품은 79년 추석 개봉작 ‘취권’. 서울서만 89만8561명. 91년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늑대와 춤을’이 나오기까지 13년간 깨지지 않은 흥행 기록이다. 영진위 자료에 따르면 77년 이후 올해까지 만 30년 동안 성룡 영화가 한국 행을 거른 것은 단 3년. 83년, 86년, 87년이다. 추석 때 찾은 것은 정확히 15번·50%지만, 설날까지 합하면 ‘명절=성룡’ 공식은 80% 가깝게 들어맞는다. 문제는 점점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 98년 추석 ‘러시아워’, 01년 추석 ‘러시아워 2’는 한국에서 각각 254만명, 204만명으로 성공했지만, 2002년 추석 ‘턱시도’는 63만명, 2004년 추석 ‘80일간의 세계일주’는 82만명, 2005년 추석의 ‘신화’는 56만명에 그쳤다. ‘BB프로젝트’는 전성기 성룡의 활력과 유머를 재확인할 수 있는 영화. 배우 성룡의 유통기한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추석 코미디 흥행불패?

사실이다.

2001년~2005년까지 흥행통계가 입증한다(표). 코미디영화 5연패. 2001년에는 조폭 코미디 ‘조폭 마누라’와 성룡의 코믹 액션 ‘러시아워 2’가 700만 관객을 합작했다. 그해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롭 코헨 감독의 ‘분노의 질주’는 5만명의 초라한 성적으로 곤두박질했다. 2002년에는 소위 ‘가문 3부작’의 신호탄이 됐던 ‘가문의 영광’이 520만 관객을 동원했고, 2003년 이정재·이범수의 휴먼 코미디 ‘오!브라더스’가 315만, 2004년 차승원의 ‘귀신이 산다’가 289만, 2005년에는 ‘가문의 위기’가 다시 563만 관객을 끌어들이며 흥행왕관을 썼다.

외화는 평소보다 명절에 더욱 맥을 못췄다. 최근 5년간 추석 시즌 개봉한 외화 중에서 100만 관객을 넘긴 작품은 2003년의 ‘캐리비안의 해적’(204만)과 2005년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146만)이 전부다.

▲관대해진 관객 우려먹기?

그렇다면 코미디 흥행불패 신화는 올해에도 이어질까. 2006년 추석, 코미디 혹은 코믹이라는 수식어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한국영화는 ‘가문의 부활’ ‘잘살아 보세’ ‘무도리’ ‘구미호 가족’이다. 첫 주말 125만 관객의 ‘가문의 부활’ 출발은 순조로운 편이지만, ‘가문 3부작’ 중에서 가장 미흡한 웃음이라는 평가가 많다. 또 이범수·김정은의 ‘잘살아보세’나 뮤지컬 코미디를 내세운 ‘구미호 가족’도 판세를 장악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사실 추석은 ‘축제’이면서 ‘숙제’의 시간이다. 수확을 기뻐하고 조상을 기리는 명절이지만, 가족들에 대한 의무를 집중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코미디영화는 이럴 때 심리적·상징적 완충작용으로 훌륭한 텍스트. 문화평론가 김동식 교수(인하대)는 “평소 코미디에 대한 불신을 가진 관객도 명절에는 잠정적으로 판단을 중지한다”면서 “문제는 관객이 이렇게 관대해진 틈을 비집고 기획상품처럼 만들어내는 질낮은 코미디”라고 지적했다.

올해 추석 쏟아져 나온 한국 코미디 영화에 관한 관객들의 심판은 진행 중이다. 2006년이 “무조건 코미디면 된다”는 충무로의 믿음을 송두리째 흔드는 첫 해가 될까, 아니면 ‘흥행불패’의 신화가 계속 쓰여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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