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아니, 물 색깔이 왜 저래? 바닷물이 형광색으로 빛난다. 그 순도 높은 블루의 바다 속에 강풍에 굴러든 방파제 돌이 몇 개 잠겨 있다. 검은 머리 풀어헤친 미역이 물살에 흐느적거린다. 쥐치 몇 마리가 왔다 갔다 헤엄친다. 이 초현실적인 풍경… 한국 맞아? 울릉도다.
▲ 파란 물감 풀어 놓은 듯 신비롭게 일렁이는 '관선 자연굴' 옆 바다. 울릉도 사람들이 '선녀탕'이란 애칭으로 부르는 곳이다. 당장 뛰어들고 싶게 매혹적이다. 그러나 수심이 어른 키를 훌쩍 넘길 만큼 깊다.
울릉도는 먼 곳, 가기 힘든 곳, 가긴 가도 자칫 나오기 힘든 곳, 오지 여행의 대명사였다. 그런데 요즘엔 울릉도를 ‘1박2일’에 다녀온다. 길 좋아졌고(영동고속도로 확장·대관령 터널 공사), 배 빨라졌다(쾌속선 ‘한겨레’호 타면 묵호?울릉도가 2시간 20분). 울릉도 여행은 지금부터, 장마 오기 전까지가 좋다. 바다는 잔잔한 편이고, 피서철 여행객이 밀려 들기 전이라 섬은 비교적 조용하다.
바위 틈에서 떨어지는 물은 차디 차고, 육지에 비해 나무가 몇 배는 더 촘촘하게 들어찬 듯한 산은 짙푸르고, 공기는 청정 그 자체다. 모든 것이 맑고, 선명하다. 암초에서 캤다는, 이글거리는 주홍색 홍합은 어른 손바닥 만하다. 지천으로 널린 약초 먹고 자란 ‘약소’부터, ‘미니 전복’ 따개비, 그 옛날 섬 사람들이 눈 속에서 뜯어 먹고 명을 이어갔다는 명이 나물까지 육지서 경험해 보지 못했던 맛이 기다린다. 최근에는 야외 수영장 딸린 ‘특급 호텔’ 풍 리조트부터 이색 펜션까지 다양한 숙박시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울릉도에 편하게 들어가 쾌적하게 머물다 왔다. 그런데 떠나 오면서는 울릉도가 지금보다 더욱 가기 어려워지기를, 험악한 지형 때문에 4.4㎞만 남긴 채 완공하지 못했다는 일주도로(44㎞)가 영영 연결되지 말기를, 섬이 쉽게 들락거리는 여행객들 때문에 변하거나 닳지 말기를 기원했다. 얌전한 태풍에 발목이라도 잡혀 현포, 통구미… 울릉도의 그 작고 예쁜 마을에 기꺼이 묶여 있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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