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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갈아타지 마세요"…비싼 금리에, 대환대출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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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배 기자I 2025.12.08 06:00:00

일반 주담대보다 대환 금리 높게 유지
은행 "고객 받지 않는 게 이득"
정권 교체 뒤 유명무실 지적도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주요 시중은행들이 ‘대출 갈아타기(대환대출)’ 금리를 일반 대출 금리보다 높게 유지하고 있다. 은행과 당국이 집값을 잡기 위해 가계대출 줄이기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금리를 낮춰 다른 은행에서 고객을 끌어올 유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때 이자를 절감해준다며 금융당국이 성과로 내세워온 대출 갈아타기가 정권이 바뀐 뒤 ‘개점휴업’ 상태에 놓여 있단 지적이 나온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대출 갈아타면, 금리가 더 비싸다고?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일반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대환용 금리를 더 비싸게 받고 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5일 기준 고정형 주담대 금리가 연 4.22~5.62%인 반면, 대환 금리는 연 4.36%로 하단과 비교하면 더 높다. 같은 날 신한은행의 갈아타기 금리는 연 4.47%로 일반 주담대 금리(4.12~5.53) 하단보다 0.35%포인트 높다. 하나은행 갈아타기 금리(5년 고정)도 연 4.450%로 일반 주담대 금리(연 4.150~5.350%) 하단에 비해 0.3%포인트 높은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주담대 금리가 연 4.15~5.35%지만 갈아타기 금리는 연 4.36% 수준이다. NH농협은행의 경우에도 일반 주담대 금리는 연 3.91~6.21%, 갈아타기 금리는 하단보다 0.39%포인트 높은 연 4.3%다. 이뿐만 아니라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2일부터는 아예 대환 대출을 막아놨고, 하나은행도 같은 달 11일부터 전세대출 갈아타기를 중단했다가 이달 5일부터 비수도권에 한해 재개한 상태다.

은행들이 이렇게 일반 주담대 금리보다 대환용 금리를 더 높게 가져가는 건 저금리를 앞세워 타행 고객을 유치하는 것보다 ‘받지 않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 된 탓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6·27 부동산 대책과 함께 ‘가계 부채 관리 방안’을 내놓으면서 올 하반기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목표를 50% 감축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 지난달 20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 모두 자체적으로 설정한 목표를 초과해 부랴부랴 대출을 걸어잠그기 바쁜 분위기다. 대환 대출은 금융권 전체로 보면 ‘총액’이 느는 것이 아니지만 개별 은행 입장에선 신규 대출로 분류된다. 특히 은행들은 연간 가계대출 목표치를 맞추지 못할 경우 ‘페널티’를 받게 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말까지 가계대출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 상황에 대환 대출을 유도할 이유가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

“이자 낮춰 주겠다더니”…소비자들 ‘부글부글’

일각에서는 대출 갈아타기 제도가 유명무실해지면서 이자를 낮추려던 서민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권이 바뀌자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애초 ‘이자 부담 경감’이라는 도입 취지가 흐려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내년에도 대출 갈아타기가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자 절감 효과를 누리려면 금리 인하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주담대에 적용하는 위험가중치 하한을 현행 15%에서 25%로 샹향 조정한다. 주담대 취급을 줄여 부동산 쏠림을 완화하는 동시에 그 자금을 기업대출 같은 생산적 분야에 흐르게 하려는 취지에서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내년에도 대출 규제 완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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