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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0시되자 기미가요가"...KBS '나비부인'에 민주 발칵

박지혜 기자I 2024.08.15 12:09:48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KBS가 제79주년 광복절인 15일 첫 프로그램으로 오페라 ‘나비부인’을 방송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KBS 중계석’ 방송 화면
KBS 1TV는 이날 새벽 0시 ‘KBS 중계석’을 통해 지난 6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제15회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중 ‘나비부인’ 공연의 녹화 본을 방송했다.

올해로 서거 100주년을 맞은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의 3대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나비부인은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작곡한 오페라로, 미국이 일본을 강제 개항하도록 한 1900년대 일본 나가사키를 배경으로 한다.

일본에 파견된 미군 해군 장교 핑커톤과 게이샤가 된 나비부인 초초상의 비극적인 사랑을 다룬 작품으로, 여자 주인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본 전통 의상인 기모노를 입고 등장하며 결혼식 장면에는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가 나온다.

방송이 시작되자 KBS 시청자 게시판에는 “다른 날도 아니고 광복절에 기미가요가 울려 퍼지게 하느냐”, “광복절에 왜 굳이 나비부인을 편성한 건가”라는 등의 항의 글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NS를 통해 “광복절 0시에 맞춰 공영방송에서 기모노를 보고 기미가요를 듣게 하다니”라며 맹비난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도 “공영방송의 역할을 완전히 저버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광복절에 일본을 배경으로 한 이 오페라를 방영한 것은 대단히 개탄스럽다 못 해 치욕스럽다”고 SNS에 글을 남겼다.

이어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러한 방송이 오늘 또다시 재방송으로 편성되었다는 점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친일 권력의 앞잡이로 전락한 것을 목도한 심정이고, 참담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근 논란이 되는 친일 의심인사를 고위직에 임명하는 등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련의 사건들이 반복되는 것을 보아 다분히 의도적이고 계획적이라는 의심도 든다”라며 KBS의 사과를 요구했다.

같은 당의 김원이 의원 역시 SNS에 “광복절날 KBS가 미친 걸까?”라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더 늦기 전에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까?”라고 개탄했다.

앞서 KBS는 광복절에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기적의 시작’을 편성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KBS는 이날 오후 11시 10분 1TV ‘독립영화관’ 광복절 특집으로 ‘기적의 시작’을 방영하기로 최근 확정했다.

‘독립영화관’은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 30분 방영되는 프로그램인데, 목요일인 15일은 평소 방영 요일과 다르지만 KBS는 “광복절을 맞아 다양성 측면에서 ‘기적의 시작’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2월 개봉한 ‘기적의 시작’은 이 전 대통령의 어린 시절부터 일대기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독립운동과 건국 등 이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 건국과 발전에 기여한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와 시민단체들은 ‘기적의 시작’ 방영이 적절치 않다며 KBS 측에 편성 취소를 촉구했다.

언론노조 KBS 본부는 기자회견을 통해 “‘기적의 시작’은 전국 동원 관객 2만여 명에 그쳤고, 이 전 대통령 미화와 칭송으로 가득한 편향적 역사관을 담았다”고 주장했다.

또 민족문제연구소,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다수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결의문을 내 “친일을 잊고 독재를 부정하는 자들이 공영방송에 억지 주장을 내보내려는 시도”라며 “‘기적의 시작’ 방영 결정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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