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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당선된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65) 당선인은 1959년 신베이(옛 타이베이현)의 시골 해안마을에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생후 95일만에 아버지가 광산 사고로 숨지고, 라이칭더를 비롯한 6명의 자녀를 어머니가 홀로 키웠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수재’ 소리를 들었던 그는 대만대 의대와 미국 하버드대 공공보건학 석사, 국립성공대 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종합병원에서 내과 의사로 활동하다가 정계에 입문한 것은 1994년이다.
4선 국회의원(입법위원)을 지냈으며 2010년 타이난(臺南)시장을, 2017년 차이잉원 집권 1기 당시엔 행정원장(총리)에 임명됐다. 차이잉원(蔡英文) 집권 2기인 2020년 5월에는 부총통에 올라 차기 총통 후계자로 지목됐다. 이후 지난해 1월 민진당의 주석으로 선출됐다. 취임은 오는 5월20일이다.
라이칭더는 현 대만 총통인 차잉잉원보다 더 강경한 대만 독립주의자로 평가받는다. 2014년 타이난시장 시절, 중국 상하이 푸단대에서 한 발언은 그의 성향을 보여주는 대표적 일화다. 중국을 방문한 라이칭더는 푸단대 관계자들 만난 자리에서 “대만 독립은 대만인의 자결권을 위한 것이며 대만 내에서 완벽한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고 말해, 중국인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 중국 당국은 그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다고 언론들이 보도하기도 했다.
2019년 총통 선거를 한해 앞두고 차이잉원 총통에게 도전장을 내민 일화도 유명하다. 그는 “나(라이칭더)라면 대만의 독립을 일궈내는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말하며 당내 경선을 하자고 제안했고, 차이잉원이 이를 받아들여 실제 경선을 치렀다. 경선 결과는 차이잉원 승리로 끝났지만, 이를 계기로 강경한 대만 독립주의자 이미지를 굳혔다.
이번 선거 유세에서도 ‘대만은 이미 주권국가’라고 강조해 중국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나의 중국’을 주장해온 중국은 라이칭더에게 ‘배신자’ ’트러블메이커’ ‘대만 독립 분열주의자’ 등의 거친 표현을 써가며 비난 수위를 높여왔다.
라이칭더의 당선으로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는 지금보다 더 경색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선거 당일에도 군용기를 띄우며 대만을 군사적으로 위협했다.
라이칭더는 이날 당선 소감에서 중국을 향해 평화와 공존을 호소했다. 그는 “중국과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양안 인민의 복지를 증진하고 평화 공영이란 목표를 달성하겠다”면서도 “비무력적인 공세와 무력 위협에 맞서 대만을 지키겠다는 각오도 서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