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계속되는 시위, 엿새째 접어들어…마크롱, 대책 회의

방성훈 기자I 2023.07.03 09:22:11

폭동·약탈 등 시위 격화…닷새동안 3000명 이상 체포
각지서 건물·차량 피해 속출…시장 자택에 차량 공격도
시험대 오른 마크롱, 장관·시장들과 대응 방안 논의
숨진 10대 소년 할머니도 방송서 폭력 시위 중단 촉구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프랑스에서 알제리계 17세 소년이 경찰 총격으로 숨지며 촉발된 폭력 시위가 닷새를 넘기고 엿새째를 맞이한 가운데, 프랑스 전역에서는 폭동, 약탈에 따른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시위가 과격해지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대응 방안 논의를 위해 정부 장관들과 각 지역 시장들을 소집했다.

(사진=AFP)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A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내무부는 토요일(1일) 밤 719명의 시위대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또 경찰관 45명이 다쳤고, 차량 577대와 건물 74채에 불이 났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프랑스 각지에서 871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체포 인원은 지난달 29일(875명), 30일(1311명)보다 줄었으나, AP통신은 시위 발생 이후 지금까지 3000명이 넘는 인원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정부는 시위 대응을 위해 파리, 리옹, 마르세이유 등 3대 도시를 중심으로 총 4만 5000명의 경찰 병력과 특수부대, 장갑차, 헬리콥터를 투입한 상태다. 시위가 격화하고 있는 마르세이유 등 일부 지역에선 최루가스까지 동원하고 있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27일 파리 외곽에서 알제리계 17세 소년 나엘 메르주크가 프랑스 경찰관이 쏜 총에 맞고 사망한 이후에 촉발됐다. 위험하지 않은 상황인데도 경찰관이 차량 안의 나엘을 향해 총을 쏜 영상이 공개되며 평소 주택 구매, 취업 기회 등에서 차별을 받아왔던 소수 민족의 분노가 폭발했다.

외신들은 경찰서와 시청 등 공공건물이나 차량에 대한 습격·방화가 계속되는 등 여전히 긴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파리 남부 도시 라이레로즈에선 시장 자택에 차량이 돌진해 불이 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대피하던 시장의 부인과 두 아이 중 한 명이 다쳐 병원에 입원했다. 북부 도시 릴에선 보건소가 불타서 완전히 파괴됐다. 각 지역의 상점 등도 화재·습격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에 마르세이유 시장은 폭동으로 피해를 입은 도시 상인들에게 200만유로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정부 지도자들을 소집해 “이번 사건(시위)으로 이어진 이유를 이해하기 위한 심층 조사에 착수했다”면서 “질서를 회복하고 안정을 되찾기 위해 계속해서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국 220여명의 시장들과도 만나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당초 이날부터 4일까지 독일을 국빈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시위가 격화하자 전날 관련 일정을 취소했다.

시위가 격화하자 숨진 나엘의 할머니인 나디아는 프랑스 BFM TV 인터뷰를 통해 “건물, 버스, 학교를 부수지 말아달라. 시위대는 나엘을 핑계 삼고 있다. 우리는 사태가 진정되기를 바란다”며 폭동 중단을 촉구했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지도자로서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며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로이터는 “2018년 노란 조끼 시위 이후 마크롱 대통령은 최악의 위기에 처했다”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2018년 노란조끼,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지속된 연금개혁 반대 시위에 이어 마크롱 대통령이 직면한 세 번째 폭력 시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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