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文 때린 北 김여정 “미국산 앵무새”…2주간 총공세(종합)

김미경 기자I 2021.03.30 08:35:51

30일 김여정 부부장 명의 담화 발표
16일 시작해 18·27·29일 이어 5번째
이번엔 ‘서해 수호의 날’ 연설 비난
탄도미사일 발사 사실상 인정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직책 확인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북한의 대남 비난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한미 연합훈련 실시를 놓고 경고장을 날린 뒤 2주만이자, 이 기간 대남·대미를 겨냥한 비난 담화만 무려 다섯 번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은 30일 자신 명의의 담화를 발표하고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 발언에 대해 “미국산 앵무새”, “철면피”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강도높게 비난했다. 북한이 임기 말의 문재인 정부와 더는 관계 개선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사진=연합뉴스).
김 부부장은 3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실로 뻔뻔스러움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이는 지난 26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이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신형전술유도탄) 시험 발사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이어 “나는 분계선 너머 남녘땅에서 울려나오는 잡다한 소리들에 접할 때마다 저도 모르게 아연해짐을 금할 수 없다”면서 “특히 ‘남조선 집권자’가 사람들 앞에 나서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우리에 대해 뭐라고 할 때가 더욱 그렇다”고 불쾌함을 표했다.

지난해 7월 23일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한 문 대통령의 발언도 상기하며 “북과 남의 같은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진행한 탄도미사일 시험을 놓고 ‘저들이 한 것은 한반도 평화와 대화를 위한 것’이고, 우리가 한 것은 ‘남녘동포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대화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니, 그 철면피함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특히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지난 25일 북한이 시험발사한 ‘신형전술유도탄’을 ‘탄도미사일’이라고 사실상 인정했다. 앞서 북한은 중앙통신 영문기사에서도 신형전술유도탄을 ‘발사체’로 표현했다 ‘미사일’로 고친 바 있지만 직접적으로 ‘탄도미사일’이라는 용어는 쓰지 않았다.

김 부부장은 그러면서 “이처럼 비논리적이고 후안무치한 행태는 우리의 자위권을 유엔 ‘결의’ 위반이니,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이니 하고 걸고 드는 미국의 강도적인 주장을 덜함도 더함도 없이 신통하게 빼닮은 꼴”이라며 “자가당착이라고 해야 할까, 자승자박이라고 해야 할까”라고 비꼬았다.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는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데다,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의 탄도미사일 발사 대응에 전방위적으로 반발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향후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김 부부장은 앞서 지난 16일 한미연합훈련 관련 담화에서는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며 남북 군사합의서 파기와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정리 등 남북관계 파국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어 18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에 이어 27일 리병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29일 조철수 외무성 국장을 포함해 총 5번째 나온 대남대미 비난 담화다.

북한이 임기 말의 문재인 정부와 더는 관계 개선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이번 담화를 통해 김 부부장이 현재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 일하고 있는 사실도 확인했다. 김 부부장은 이날 담화를 ‘노동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부부장’ 명의로 발표해 지난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부부장으로 강등되면서 그동안 일해왔던 조직지도부에서 선전선동부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 경기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제6회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 참석해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에 국민 여러분의 우려가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대화의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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