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韓게임스톱 될까…“주가 상승 눈높이 낮춰야”

김윤지 기자I 2021.02.02 08:08:50

NH투자증권 보고서
“공매도 제한 1년, 투기적 공매도 규모↓”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NH투자증권은 2일 보고서를 통해 한국판 게임스톱(게임스탑·GME) 사태 가능성에 대해 미국 사례와 다른 상황을 고려하면 주가 상승에 대한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일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셀트리온(068270)(+14.5%),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9.6%), 셀트리온제약(068760)(+7.3%), 에이치엘비(028300)(+7.2%), 헬릭스미스(084990)(+18.1%) 등 공매도 잔고 비율 높거나 공매도 잔고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종목들이 동반 상승했다. 개인 투자자와 공매도자의 전쟁터가 된 미국 게임스톱(GME US)이 숏 스퀴즈로 급등하자 동일한 전략을 한국 주식시장에 반영하려는 투자자들의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됐다.

실제로 일부 개인투자자 권익 보호 단체가 공매도 잔고 비율 높은 종목을 대상으로 매수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미국 주식시장 최근 숏 스퀴즈 사례와 유사한 움직임이 관찰되고 있다. 다만 2월 1일 관련 종목 수급은 외국인, 기관 순매수로 이뤄졌으며, 개인 투자자는 해당 종목에 대해 대규모로 차익실현에 나섰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를 둘러싼 풍부한 증시 주변자금을 고려했을 때 향후 주식 매수 운동의 잠재력은 크다”면서 “미국 주식시장은 콜옵션 매도 기관의 델타 헤지(기초자산 가격 변동 위험을 현물 거래로 헤지) 증가로, 자금 마련 성격의 대형주 차익실현이 나타나고 있어 해당 이슈는 시장 방향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변수”라고 짚었다.

다만 노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은 미국과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1년 가까이 공매도가 제한되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 공매도 잔고 비율은 각각 0.3%로 1년 전 대비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노 연구원은 “숏 스퀴즈를 유발할 투기적 공매도(헤지 포지션을 구축하지 않은 공매도 거래자) 규모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면서 “지난 1년여간 신규 공매도가 제한되면서 대차 비용 지속, 공매도 장기화에 따른 기회 비용을 감수했을 투자자들은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잔존한 공매도 잔고는 공매도 거래를 허용한 시장조성자 또는 ETF(상장지수펀드) 유동성공급자의 비중이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들은 헤지(위험 회피) 포지션을 구축한 투자자로 현물 가격 상승에 따라 숏 스퀴즈를 유발할 주체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노 연구원은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개별주식 선물이 상장돼 있다”면서 “에이치엘비, 셀트리온제약의 코스닥150 내 비중도 각각 3.7%, 2.7%로 관련 상품의 헤지 포지션이 상당 부분 구축됐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거론되는 종목들의 유통주식수 대비 공매도 주식수 비율이 높지 않다.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유통주식수 대비 공매도 주식수 비율은 각각 6.2%, 1.6%, 1.5%이다. 에이치엘비, 헬릭스미스는 각각 8.0%, 10.0%로 비교적 높지만 100%를 상회하고 있는 미국 숏 스퀴즈 종목과 비교하면 저조한 수준이다.

노 연구원은 “주식 매수 운동 잠재력은 충분하다”면서 “다만 미국 사례와 다르다는 점에서 관련 종목들은 개인투자자 관심에 따른 수급 효과로 당분간 상승세를 보일 수 있으나 상승폭에 대해서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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