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문모 전 부산고법 판사와 부산 건설업자 정모씨의 사무실과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앞서 허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지난 14일 이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의 PC 하드디스크 분석 과정에서 2016년 행정처가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5000만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이던 정씨의 항소심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문건을 확보했다.
이 문건은 정씨의 항소심 진행 중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되면 검찰이 문 판사 비위 사실을 외부로 유출할 우려가 있으니 종결된 변론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문 판사는 2015년 검찰 수사에서 정씨로부터 향응과 골프장 접대 등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지만 행정처에서 구두 경고만 받은 상태였다. 실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정씨는 2심에선 징역 8월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행정처가 문 전 판사의 비위 사실을 파악하고도 소극적 징계를 하고 이를 은폐한 것에 문 전 판사와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의 친분이 작용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행정처가 정씨와 친분이 있는 현 전 수석을 설득해 상고법원 도입을 추진할 목적으로 문 전 판사의 비위를 은폐하고 재판에도 개입했다는 의심이다.
한편, 법원은 문 전 판사와 정씨 이외 다른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한 전현직 판사들의 주거지 및 사무실 등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허 부장판사는 “문 전 판사의 행위나 법원행정처 작성의 관련 문건들이 그 재판의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 “추상적 가능성만으로 압수수색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주거지, 사무실 등 압수수색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고, 이 사건 범죄혐의의 성격이나 대상자에 대한 임의수사 시행 유무 등에 비춰 압수수색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등의 이유를 들었다.
검찰은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 개입 등의 정황이) 법원행정처 작성 문건들과 이미 검찰 조사를 받은 윤리감사실 판사들 진술 등으로 확인된 상황에서 영장전담법관이 법원행정처 문건들이 재판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예단하고 임의수사 시행 유무 등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이 과정에 관여한 전현직 판사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모두 기각한 것은 대단히 부당하다”고 말했다.